정교분리와 군종장교(하)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5월 13일(화) 11:42

대법원 2007.04.26 선고 2006다87903 판결

이 사례는 공직자, 그중에서도 군대라는 특수조직에 몸담고 있는 참모총장이 특정 교회와 그 목사를 이단으로 비판한 서적을 발간해 군대 내에 배포하고 또 군종장교가 군대 교회에서 비판적인 설교를 한 것이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한 것인가, 또 명예훼손이 되는가 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문제가 된 '이단, 사이비란 무엇인가?'라는 책자의 25페이지는 A교회의 교리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 교파는 죄사함과 거듭남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구원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당신은 구원을 받았습니까?, 언제 어디서 구원받았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구원 여부에 혼란을 주고 기성 신자들과 일반인들을 미혹한다. 그들은 구원의 문제를 오직 '죄사함'에만 국한시킨다. 자신들의 교회에만 구원이 있다고 생각해 기존 정통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사건을 구원과 종말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에 현실세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부족하다. 또한 자신이 속한 가정이나 직장 공동체에 불화와 갈등의 요소를 증폭시켜 단결력을 저해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법원은 공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발간된 이 교육 책자가 교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이들의 선교방법이 장병들의 신앙을 흐트러뜨리고 정서적 불안을 조성하여 군기가 해이해지는 등 군대 내의 혼란을 방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교분리원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군종장교는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군인인 동시에 각 종교단체로부터 파송받아 군대 내에서 해당종교에 관한 종교할동을 주도하고 선교 활동을 하는 성직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중에서 어느 편을 우선해야 하는지 문제되는데, 법원은 비록 군종장교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성직자의 신분에서 주재하는 종교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특정한 종교를 선전하거나 비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는 종교상의 중립의무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군종장교가 소속교단(종단)의 파송을 받아 군대 내에서 소속교단(종단)의 예배의식을 집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성직자라는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결론이다.

군종장교제도는 정부수립 직후인 1951년 한국전쟁에 파견된 미군의 요청에 따라 감리교 신자이던 이승만 대통령이 개신교와 천주교 군종장교를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1968년에는 불교국가인 베트남 전쟁 파병을 계기로 불교계의 요청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이 불교군종장교제를 도입했고, 이후 40년간 3대 종교에서만 군종장교를 선발해 왔다. 그러나 한국 남자라면 다가는 군대야 말로 각 종파의 교세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교지가 되기 때문에 원불교를 비롯한 소수 종파에서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여, 2002년부터는 소수종교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성직의 군종장교가 존재한다.

이단 종파들이 일반교회는 물론이고 군대 내에도 집요하게 침투하여 세를 확장하려는 현 상황에서 공군의 이 같은 조치는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서헌제 교수
중앙대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