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을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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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목사
2014년 05월 12일(월) 17:39

한 일간지에 '프랑스인보다 더 프랑스 요리를 잘 만드는 한국인 요리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사람이 있다. 바로 박효남 힐튼 호텔 총주방장에 대한 소개였다. 그의 학력은 중졸이었고, 요리사에게 중요한 손가락도 한 개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큰 키도 아니며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의 성장과정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40세때 세계 최대 호텔체인인 힐튼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현지인 총주방장에 임명되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프랑스인보다 프랑스 요리를 더 잘 만드는 한국인 요리사임을 인정해 훈장(메리트 아그리콜)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로 하여금 이토록 정교하고 섬세한 입맛을 일깨워준 사건이 있었다.

한번은 한 손님이 식당에 와서 남프랑스식 해물탕을 주문했다. 최고의 재료와 와인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런데 퇴짜를 맞게 된 것이다. 다시 요리를 내보내도 또 퇴짜를 맞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그 손님을 찾아갔다. 테이블에 가서 정중하게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마음 졸이며 질문했다. 그런데 요리사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은 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박효남 총주방장은 간을 잘 맞추기 위해서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해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자기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에 손님의 요구는 무리하고 억지처럼 받아들여서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 손님의 퇴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했다. 그 결론은 그동안 자신은 자기 입에만 맞게 음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음식을 다 먹고 떠난 테이블로 가서 맛있게 먹은 것, 안 먹고 접시에 남긴 것을 분류해 손님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계부처럼 자세히 적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맛은 찾아가는 거였어요. 손님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되, 때로 새로운 맛을 일깨워주는 게 훌륭한 요리사죠."

그를 최고의 요리사로 만든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귀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듣기는 싫어한다. 그러나 정작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신음소리까지 들으신다고 말씀한다. 느헤미야는 무려 1200km나 떨어진 조국 예루살렘성의 고통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었다. 성경에 자신의 삶이 새롭게 변화된 사람은 모두 진리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목사로서 말을 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하나님의 말씀과 이 땅에 신음하고 고통하는 사람들의 음성을 잘 들을 수 없다면 가장 필요한 생명력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되지못할 것이다.

요즘 스스로 독백하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내 귀는 많이 막혀있는 것 같다'는 탄식이다.

김형준 / 목사ㆍ동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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