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 일원화 시키며 마음 치유하는 곳

[ 목회·신학 ] 350년 고택에 마련된 지리산 영성훈련원 '예수전 공동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4월 29일(화) 16:34

   
예수전 공동체의 하루 일과는 하루에 3차례 예배와 채소밭 가꾸기, 방과후교실, 정신지체장애우 도우미 등 노동을 중심으로 한다.
【전북 남원=최은숙 차장】살랑대는 바람 맛이 참 좋다. 숲 속의 산새 소리도 반갑고 폭포수처럼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정겹다.

코 끝으로 스치는 풀 냄새며 나무 냄새 흙 냄새… 뒷꿈치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는 땅의 촉감까지 길벗이 되어주는 길. 이 곳이 지리산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불렀던 이 곳은 천왕봉을 주봉으로 노고단, 반야봉 등 3봉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하는 험준한 산세의 위용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이어지는 지리산의 능산을 오르며 만나는 자연 속 생명들을 느끼고 그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다보면 창조주 하나님의 경이로운 손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그 누가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시름과 상처를 안고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어머니의 따뜻함처럼 불가능도 가능케하는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지나친 경쟁과 비교의식, 서두르지 않으면 뒤쳐지는 두려움, 가진 것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어제의 나'는 비워지고 나 자신과의 소통과 깊은 대화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단순화 되고 깊어진 '오늘의 나'를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그뿐이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체들은 평안과 공존,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물질적인 풍요에서 허하기만 했던 우리네 마음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타인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나눔과 되돌아봄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바로 오영화 목사(지리산 예수전공동체 대표)가 "한국교회는 지리산을 세계적 종교 유산으로 조성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예루살렘 순례길 같이 자아성장과 영적회복 장소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지리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난 2000년 남원시 산내면에 예수전 공동체를 만들고 '기도하고 일하라'를 모토로 영성공동체 사역을 시작했다. 공동체의 기본 일과는 하루에 3차례 예배와 노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채소밭 가꾸기를 비롯해 어린이집 방과후교실 정신지체장애우 여성교육 도우미 등에 동참할 수 있으며, 전기배선, 조경 등 부서별 업무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맡아 일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신앙과 삶이 이원화 되어서는 기독교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면서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고 봉사하는 실천적 신앙, 이것이 바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만석꾼이 살았다던 350년 된 고택에 마련된 예수전은 200년 된 은행나무 12그루가 육중하게 버티고 있으며 나지막하지만 아름다운 돌담에 둘러쌓인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영성과 치유, 그리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이어지는 것'을 평생의 화두로 살아온 그는 고택을 교포들과 외국들을 위한 힐링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매년 입양인들의 뿌리찾기가 펼쳐지고 교포들, 실업인, 대기업 그룹 임원을 비롯해 소설가 화가 등 예술인들이 쉼을 찾아 온다.

2012년 노벨 문학상 후보이자 톨스토이상을 수상한 고려인 3세 아나톨리 김이 이곳에서 3개월 간 피정을 하고 돌아갔다. 예수전은 '세속을 피해 영혼을 정화하는 집'이다.

오 목사는 또 신라 화랑들이 지리산의 정기를 품고 호연지기를 길렀듯 한국교회의 이슬같은 청년들이 지리산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묵상하며 기도하는 경건훈련장이 되기를 원한다.

"신학교는 대부분 경건훈련에 대한 교과목이 없다. 목회현장에서 영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지식을 많이 가진자보다 실제적인 문제들을 현장에서 풀어낼 수 있는 영적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면서 지리산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묵상하며 기도하는 경건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여름 장신대 류해룡 교수를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 직원들이 5박6일을 '영성은 산을 타고'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2박3일간 지리산 순례길에 올랐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훈련목표를 세우고 자신과 하나님, 그리고 이웃과의 깊은 소통을 경험하고자 했다. 그래서 예수전 공동체는 '이슬같은 청년들이 근본으로 돌아와 세상으로 파송하는 화랑의 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수전은 '처치 스테이(Church Stay)'로 활용되며 도시교회와 공유하고, 농촌 체험 프로그램 등을 힐링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이곳은 90% 이상이 불교다. 오 목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을이 사찰이고 사찰이 마을"이다. 이 마을과 가깝게 자리잡은 한 사찰은 정부로부터 20억 원 지원을 받아 템플 스테이 한옥을 신축했다.

그는 "이제는 교회가 하자"면서 "지리산 둘레길에 위치한 교회와 도시교회가 연계에 지리산 영성 순례길을 함께 만들자"고 권유했다. 지리산 순례길을 걸으며 하나님을 묵상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함께 그 일을 해나가자는 것.

그래서 예수전은 '자신의 내면과 차분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거룩한 집'이며 '세속 그물망을 피해 바람도 쉬어가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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