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인문학

[ 논단 ]

이근복 목사
2014년 04월 29일(화) 15:38

"봄, 향기로 다가오는 치유의 바람 - 관계와 소통 그리고 힐링"

열림교회의 주민인문학 아카데미 포스터의 홍보 문구다. 주민인문학은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가 도와서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새로운 지역선교 프로그램이다. 교회협 교육훈련원이 기획하여 지역교회와 함께 추진하는 이 과정은 이제는 자리를 잡아, 교인들뿐 아니라 주민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열림교회 외에도 서문교회, 성암교회, 꿈의교회, 산돌교회에서 여러 차례 진행했고 다시 봄학기를 준비중이다. 또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하는 다섯번째 낮은예수마을교회의 청년인문학모임도 같이 기획하고 있다.

교인들과 지역 주민이나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인문학 모임의 뿌리는 목회자인문학모임이다. 교회를 세우는 1차적인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훈련원은 목회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은 것이 인문학 독서모임이었다. 목회자 인문학은 하나님 앞에서의 성찰, 세상과 소통, 믿음의 실천이란 세 가지 핵심가치가 있다. 우선, 목회자가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사유하는 인문학의 도움을 받으면, 목회를 성찰하고 사역을 변혁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문학의 가치를 발견한 목회자가 지역 주민들에게도 자기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주겠다는 열망에서 나온 결과물이 주민인문학이다.

인문학 모임의 두 번째 가치는 급변하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의 배양이다. 요즘 교인들이 보여주는 공격성이나 봉사 회피, 우울한 상태를 알기 위해 최근 연구된 문화인류학이나 사회학의 도움을 받는 것은, 목회자가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성도를 이해하는 방법인 동시에 사회와 바르게 소통하는 길이다. 세 번째 목적은 목회자들이 인문학 모임을 통해 친교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에큐메니칼선교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목회자인문학독서모임은 5년 전에 시작하여 지금은 서울, 인천, 대전, 강릉, 제주에서 매달 저명한 강사들을 초빙하여 실시하고 있고 대구는 6월부터 시작한다. 올해 상반기는 '인문학적 세상읽기'란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주제에 대한 안내문은 이렇다.

"오늘날 교회와 목회에 대한 우려와 위기의 목소리가 큽니다. 그리고 위기의 소리가 큰 만큼 이러한 위기를 타계할 다양한 프로그램과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방법론들이 피상적이고 임시방편의 접근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목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간학문적 소통을 통한 객관적 자기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세계를 다시 세우는 해체적이고 건설적인 노력을 요청합니다(요 2:1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은 2014년 인문학 독서모임의 상반기를 맞이하여, 목회자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 반성적으로 재구성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그것은 문화인류학과 사회학, 종교학과 철학적 패러다임에서, 목회자가 현실을 직면하고, 발전된 방법론을 나누고, 그것을 어떻게 목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회에서 인문학을 인본주의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문학은 인문주의다. 신학이 인문학과 교류하면 더욱 풍성해지며, 목회자는 인문학공부를 통하여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건강한 목회자들이 연대하면, 한국교회의 새날을 여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 역시 시대상황을 넘어서려는 치열한 인문학적 성찰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지난 5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어느 지역이든 목회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더 많은 인문학 독서모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근복 목사
교회협 교육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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