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와 군종장교(상)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4월 29일(화) 15:35

장병들 보호 위한 활동 '합법'

대법원 2007.04.26 선고 2006다87903 판결

사안의 개요: 2003년 경 이단으로 불리는 A교회 신자가 공군 내에서 전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기존 신자들의 신앙심을 흔들어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공군참모총장은 군기확립차원에서 군종감에게 공군 내 이단종교 신봉자를 파악하여 그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했다. 군종감실은 2회에 걸쳐 군 내 사이비 이단종교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회의를 거쳐 '이단, 사이비란 무엇인가?'라는 총 75면의 교육책자 3000부를 발행ㆍ배포 했다. 이 책자에는 '이단의 의의, 이단이 군에 미치는 영향, 2003년도 현재 공군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18개 사이비 종교단체의 폐해와 실상, 그 교리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그 중 A교회와 관련된 부분은 모두 세 면이다.

한편 군종장교들은 사이비 이단종교에 대한 지침이 하달된 상황에서 2003년 12월 경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내 기지교회에서 약 500여 명에게 A교회의 이단성에 관해 주일 설교를 했다. 이에 A교회측은 교육책자 발간 및 군종장교의 설교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정교분리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참모총장과 군종장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의 요지: 헌법 제20조 제2항이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가 특정 종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특혜를 가하거나 억압하기 위하여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공군참모총장이 전 공군을 지휘ㆍ감독할 지위에서 수하의 장병들을 상대로 단결심의 함양과 조직의 유지ㆍ관리를 위해 계몽적인 차원에서 군종장교로 하여금 교계에 널리 알려진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적 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행ㆍ배포하게 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행위가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직무상 군대 내에서 군종장교는 국가공무원인 참모장교로서의 신분뿐 아니라 성직자로서의 신분을 함께 가지고 소속 종단으로부터 부여된 권한에 따라 설교를 하거나 종교의식을 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를 가지는 것이므로, 군종장교가 최소한 성직자의 신분에서 주재하는 종교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소속종단의 종교를 선전하거나 다른 종교를 비판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종교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직무상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교육책자와 설교의 내용 중에 A교회의 교리와 주장을 비판하고 그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할지라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인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로서 그 안에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에 합치할 뿐 아니라, 장병들의 신앙 보호와 교리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책자를 발행·배포하거나 이 설교를 행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  

서헌제 장로
중앙대 교수ㆍ들꽃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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