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

[ 4인4색칼럼 ]

이창연 장로
2014년 04월 29일(화) 15:33

필자와 한때 같은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세계적인 작가 안정효 선생의 이야기를 하려니 매우 조심스럽다. '하얀 전쟁'의 작가 안정효는 자전적 에세이 '하늘에서의 명상'에서 밝힌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이렇게 하고 있다. 술만 들어가면 폭군으로 변해 아내와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던 아버지와의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밝혔다. 일이 벌어지면 어머니는 온 동네를 전전하며 은신하고 장남인 그가 대신 모진 매를 맞아가며 동생들을 보호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매질과 지옥 같은 가정을 피해 월남전에 지원한 작가는 타고난 두뇌와 당찬 노력으로 쓰라린 경험을 오히려 승화시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주먹과 몽둥이를 휘두르던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분노는 평생 씻기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작가는 이제 내면의 깊은 상처를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몽둥이 앞에서 느꼈을 공포를 생각하면 연민이 인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는 늘 냉정해야 하지만 드물게는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바로 어린이들이 관련된 사건 사고다. 작년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계모에게 맞아죽은 아이들이 있었다. 2013년 10월 24일 울산 울주군의 자기 집에서 계모에게 맞아 숨진 서현 양(당시 8세)은 3년 반 동안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계모가 어린애를 죽인 끔직한 이 사건은 온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학대가 3년 반 지속되는 동안 공권력이 22번이나 개입을 했으나 제도가 허술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다보니 목숨을 살릴 수 있었는데도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귀한 생명이 스러져 갔다. 부검결과 갈비뼈 24개중 16개가 부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어린이가 미래라고 하면서 막상 어린이 인권은 맨 뒤 순위로 밀쳐놓고 있다. 증오와 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가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심각한 정신 외상은 성인기에 우울증, 인격 장애등 다양한 정신 병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학대받고 자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 미래 사회의 모습이 어떠할지 생각만 해도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동인권 현주소에 비쳐볼 때 비정한 부모의 양식과 사회윤리에만 아이를 맡겨놓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눈뜨고 아이들을 잃는 나라다. 이글을 쓰고 있는 시간(4월 16일)에도 안산 단원고의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세월호가 진도앞바다에서 침몰하여 탑승객 475명(학생325명)이 거의 실종 상태다. 사망자 25명중 7명이 학생이고, 실종자 271명 중 학생이 243명이며 구조된 사람이 179명인데 학생이 75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구조를 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무고하고 귀한 생명들이 또 스러져 가고 있다. 전 국민을 울게 한 이 참담한 사건에서 최후에 탈출해야하는 선장이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10여 차례 안내방송만 하고 먼저 빠져나왔다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1912년 4월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 사고 때는 승객, 승무원 2224명중 32%인 710명이 구조됐다. 타이타닉의 선장은 배 침몰 직전에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생존자들을 구명보트로 인도한 후 자기는 배로 돌아가서 최후까지 탈출을 돕다가 기관장, 기관사들과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어린이날이 들어 있는 5월에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자. 어른들은 반성하고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 달라고 눈물로 기도하자.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자녀를 위하여 울라"(눅 23:28)하신 말씀을 깊이깊이 새겨보자.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ㆍ총회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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