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틸리히 ③ … 철학과 신학의 경계선 상에서

[ 목회·신학 ] 현대신학산책

박만 교수
2014년 04월 28일(월) 16:40

지난주에 우리는 틸리히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그의 삶과 신학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떤 것일까? 우선 지적 정직성과 자유에 대한 추구를 들 수 있다. 틸리히는 일생 지적 정직성과 자유를 추구한 신학자였다. 그는 평생 자유롭게 사고하고자 했으며 또한 학생들에게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삶을 살도록 도전했다. 그는 기독교적 권위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단순히 따르지 않았으며 특히 권위주의적이며 억압적인 전통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하였다. 그 이유는 기독교 메시지는 자유의 메시지이며 이런 메시지는 모든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인간을 참으로 자유로운 존재로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지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틸리히는 진지하고 심각한 의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의 설교집 '새로운 존재'에서 그는 "모든 심각한 의심과 진리에 대한 실망 속에는 아직 진리에 대한 열정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진리에 대한 당신의 불안을 너무 빨리 해소하려는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마십시오. 그 유혹자가 당신의 교회이든, 당신이 속한 당파이든, 아니면 당신의 부모 때부터의 전통이든 간에 정말 당신 자신의 진리가 아니면 거기에 유혹 되지 마십시오. 만일 당신이 예수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모든 심각함으로 진지한 회의주의자인 빌라도와 함께 가십시오"라고 말한다.

틸리히가 진지한 의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하나님은 솔직한 의심과 질문 속에 이미 함께 계시며 또한 의심의 골짜기를 지나서 도달할 때만 진리는 진리로서의 힘을 가지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의 우리 교회에는 솔직하고 정당한 의심을 믿음이 없는 탓이라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는데 틸리히는 지적 정직성과 진리 탐구에 대한 열정의 이름으로 이를 비판한다. 바로 이런 지적 정직성과 합리성에 기반을 둔 진리의 모색이 있기 때문에 틸리히의 강의와 책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틸리히 덕분에 교리주의의 벽을 넘어서 살아있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지금도 이따금 만나게 된다.

둘째, 경계선 상의 신학이다. 틸리히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을 '경계선상의 삶'이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그의 일생은 서로 대립되고 갈등하는 두 영역의 경계선에서 그것들을 창조적으로 통합하려한 삶이었다. 소년 시절의 틸리히는 엄격하고 우울하며 권위주의적인 부친과 민주적이며 쾌활하고 자유로운 모친 사이의 경계선에서 그의 삶을 형성했으며 성장기에는 부친이 목회했던 보수적이고 교리적이었던 교회 전통과 그가 배웠던 자유롭고 비판적인 신학 전통의 경계선 상에 서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목사이자 주교의 아들로서 그렇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경계선 상에 있었고 1차 대전 중에는 군목으로서 일반병사와의 경계선 상에 있었으며 전쟁 이후에는 종교사회주의운동에 헌신한 대학 교수로서 노동자들의 삶과의 경계선 상에 있었다. 특히 히틀러에 의해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다음에는 구대륙과 신대륙, 옛 문화와 새 문화, 신학과 철학, 외로운 이민자와 세계적인 지성 사이의 경계선에 서서 지적, 정신적, 문화적 갈등 속에 투쟁적인 삶을 살아가야 했다.

학문적으로 볼 때도 그는 철학과 신학의 경계선에 서서 자신을 신학자에게는 철학자요 철학자에게는 신학자로 이해하면서 이 둘의 창조적 만남을 시도했다. 그는 일생 동안 철학과 신학의 경계선상에 서 있던 사람으로서 신학과 철학은 결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아 "파스칼에 반대하여 나는 말합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과 철학자들의 하나님은 동일한 하나님입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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