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직업인이 곧 훌륭한 그리스도인

[ 4인4색칼럼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4년 04월 24일(목) 09:55

이의용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인재지변(人災之變) 시대의 직업

얼마 전 후배들과 어느 우동집엘 갔다. 세 사람의 청년들이 주방에서 열심히 우동을 만들고, 한 여성이 친절하게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음식 값도 저렴하고 싱글벙글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식탁이나 그릇도 청결했다. 자신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노동생산성은 6만 2185달러로 OECD 34개국 중 23위. 이는 OECD 평균의 79%, 미국의 60.6%, 일본의 86.6% 수준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국 중 28위. 이는 OECD 평균의 66.8%, 미국의 49.4%, 일본의 71.6% 수준이다. 업무 몰입도는 6%로 세계 평균 21%에 크게 못 미친다. 마지못해 직장에 다니는 비율도 48%로 세계 평균 38%보다 높다. 그런데도 주당 근로시간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재미없이 마지못해 대충 오래 일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왜 이럴까? 직업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직업의 선택'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 그래서 직장인의 66.9%가 희망과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직장인의 73%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좋은 직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적성이 아닌 성적에 맞춰 대학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 자체보다 대우나 명성으로 직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 택한 직업, 직장이니 즐거울 리가 없다. 이런 직업관은 자신에게 불행할 뿐 아니라 소속 직장과 동료들에게 자칫 재해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서운 벌레가 '대충(大蟲)'이라고 한다. '대충'이라는 벌레는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슬슬 기어 나와 '인재지변' 사태를 초래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지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그 일을 생계수단 이상으로 여겼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5백명 가까운 승객들을 침몰하는 배위에 남겨놓고 혼자 무책임하게 대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경주 코오롱리조트의 대학생 참사사고도 건물을 짓고, 시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직업관이 빚어낸 결과다.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사회적 직분

많은 사람들이 한 군데 모여서 살고, 함께 이동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나 혼자 조심한다고 안전해질 수가 없다. 단 한 사람의 실수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승객 239명은 원인도 모른채 인도양에 잠기고 말았다. 내 생명을 남들에게 맡기고 살아야 하니 비행기, 기차, 배 타기가 겁이 난다. 천재지변보다 인재지변이 더 무섭다.

이런 시대에는 공동체의 안전에 정부와 사회, 시민이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를 잘 지도해줘야 한다. 한번 직업을 결정하면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 평생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인지를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직업에 흥이 나고, 전문성이 생기고, 사명감이 생긴다.

그리스도인에게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사회적 직분이다. 직업에는 먹고사는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직업을 '소명(calling)'이라 부른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을 하나님의 뜻대로 수행할 때 이뤄진다. 그런데 요즘 우리 교회는 '소명'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교회는 훌륭한 직업인이 곧 훌륭한 그리스도인임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직업 세계 곳곳을 든든히 지킬 때 어이없는 대형사고도 예방되고,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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