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의 '봄'을 허하라

[ 미래세대를 살리는 신앙교육 ] 미래세대를 살리는 신앙교육

김도일 교수
2014년 04월 21일(월) 16:44

유래없는 기상이변이란다. 어느 때 보다도 일찍 목련과 벚꽃도 만개하였고, 꽃이 피었나 하였더니 어느새 낙화이다. 피고 지는 것 모두 한 나무의 생의 과정이지만 꽃향기도 날리지 못한채 지는 꽃들이 안타깝다. 꽃이 지는 걸 아쉬워 하듯, 날리는 꽃잎이라도 보려는 이들이 꽃가지 사이로 모여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빨리 피고 빨리 지는 꽃들만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그들만의 동심이 영글어 가기 전에, 빨리 성장하기를 재촉받는 것이 요즘이다. 선행학습을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초등학교 때 이미 중학교 공부를 한다. 더 많이, 빨리 진도를 나갈수록 우수한 학업능력을 지닌 것처럼 안심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교육학자 데이비드 엘킨드는 이러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아동기의 실종'이라고 표현한다. 아동기를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그 누구보다도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서두름과 조급함이 아이의 아름다운 동심을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아이들은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지만 살아있는 지식에 목말라 하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손마다 주어진 스마트 폰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들을 너무도 쉽게 접하고 있다. 학교를 오가면서 라일락 향기 속에 봄날의 4월의 추억을 담고, 아카시아 꽃잎으로 가위 바위보 놀이를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사루비아꽃을 입에 물고 꿀의 달콤함을 즐거워하던 어른 세대와는 너무도 다른 경험의 창구이다. 손가락 터치로 알게 되는 정보들은 그들의 삶의 오감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감동이 되고 추억이 되는 정보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얇고 산만할 뿐이다. 그래서 지식을 스마트폰에서 언제든지 테이크 아웃할 수 있지만 그 지식의 향과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되는 지식이 필요한 때이다.

   
 
겨울이 지나, 봄도 없이 여름이 오는 듯하다. 봄의 침묵이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봄은 더욱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의 봄은 안녕한가? 그들의 봄도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아이들의 봄을 돌려 주어야 할 때이다. 그들의 봄을 깨워야 할 때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나무라면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거름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아름다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허락해야 할 것이다. 때론 뿌리가 흔들릴 것 같은 폭풍도 감내하며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뿌리로부터 끌어올린 힘으로 그들의 꽃을 피우고, 맘껏 그 향기 흩날릴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할 것이다. 서둘지 말 것이다.

김도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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