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바닷일로 365일 분주한 주민들 전도 쉽지 않아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오지의눈물 /3.반월새벽교회 이야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4월 15일(화) 16:54
   
▲ 담임 양성태 목사와 부인 조학순 씨.

전남 신안군 안좌도. 이곳에서 또 다시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부속섬 반월도. 50여 가구가 조용하게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반월도는 찾는 외지인도 별로 없어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 조용한 반월도도 한 사람이 나타나면 들썩들썩 분주하고 시끄러워진다. 바로 본교단 반월새벽교회 양성일 목사의 부인 조학순 씨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조용하고 책상머리에 앉아있기 좋아하는 양 목사와 어려운 이들을 돕기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부인 조 씨는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다. 조용한 양 목사는 매일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설교를 준비한다. 차를 몰아도 그 좁은 반월도 내에서만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반면, 아내인 조 씨의 활동무대는 본섬인 안좌도와 인근 팔금도, 더 나아가 목포까지 확장된다. 기자가 안좌도의 다문화가정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한쪽 싱크대에서 출산한 지 얼마 안되는 이주결혼 여성을 위해 설겆이를 하고 있었고, 타교단 교회 옆을 지날 때도 그 교회 사택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역만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문화 가정 방문 △토요 영어 수업 △영어성경 읽고 교인과 통화하기 △목포노회 사모회 회장 △섬 주민들 택배 보내기 △부탁한 물건 대신 구입해주기(배달 및 외상값 갚기까지 직접 한다) △유치원 영어수업 자원봉사 △대불공단 내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 선교 사역 등을 비롯, 말로 할 수 없는 무형의 사역까지 합하면 수십가지가 될 것 같다.
 
아내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양 목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내가 활동적이니까 저는 그저 말씀과 기도만 잡을란다 하고 결심했어요. 하나님께서 돕는 베필로 참 잘 붙여주셨지요."

# 오지 사역, 첫 방문에 결정

이 부부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혹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 오지 중의 오지로 들어와 목회를 하게 됐을까? 이 사연을 들으려면 이 부부의 결혼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동갑내기인 부부는 2003년 10월 41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38살에 늦게 신학을 하고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던 양 목사와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나갔다가 합동측 총신대에서 신학을 마치고 다시 선교를 준비하던 조 씨는 지인의 소개로 '그냥 만나나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났다가 결혼하게 됐다고. 결혼 후 얼마 안 있어 공교롭게도 둘 다 각자 사역하던 개척교회 목회를 그만두고 있을 시점에 섬에 사역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본 곳이 반월새벽교회였다.
 
   
▲ 반월새벽교회 전경.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너무 오지라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저 찬송가처럼 부름 받아 나선 이몸 해부릴라봅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아내가 고맙게 먼저 말해주어서 사역을 결정할 수 있었지요." 양 목사의 고백이다.

 "2005년 1월 눈이 펑펑 오던 날 에녹이(아들) 백일 때 이곳에 처음 들어왔어요. 병원도 없는 이곳에서 갓난아이인 아들이 아프면 어떡하나, 가족이 생활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까지 하나님이 인도하셔서 잘 지냈어요. 지난 10년간 하나님은 완전히 새롭게 훈련을 시키시더라구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여전히 부족한 것도 많지만 감사하면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부인 조 씨가 덧붙인다.
 
"오지에서 사역하면서 힘든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했더니, "본섬인 안좌도와 반월도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천사다리까지 생기고, 인터넷도 7년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래 살다보니 불편한 것도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한참 무르익자 슬금슬금 속에 있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농촌사람들은 10월까지 일하고 일손을 놓는 데 이곳의 주민들은 10월 이후에는 바다에 손을 담궈요. 1년 365일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전도하기 쉽지 않죠. 게다가 본 섬도 아닌 부속섬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면이 있어요. 이분들 스스로 하는 이야기예요."
   
▲ 반월새벽교회에서 진행된 사모기도회에서 기도하는 목회자 부인들.

#"10년간 쌓인 무형의 영성이 가장 큰 자산"

양 목사 부부는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10년간이 하나님의 훈련기간이었다"고 고백한다.
 
"10년간 반월도에 있으면서 우리가 반월도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솔직히 우리가 더 많이 변해있더라구요. 표현은 안되도 이곳에서 얻은 보이지 않는 영성이 있어요.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도 되요. 출석교인 17명의 우리교회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여기서 목사안수도 받고, 갓난 아이였던 우리 아들도 11살이 됐어요.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인지 하나님이 더욱 기도하게 하시네요."
 
이들이 조용한 곳에서 사역한다고 해서 10년 동안 평온하게만 지내온 것은 아니었다. 아내 조학순 씨는 몇 년 전부터 특수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슈퍼우먼처럼 몇 사람이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사역을 열정적으로 진행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삶의 의욕이 없어져 한 달여는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버리는 증상이다. 재정상태도 좋지 않고 교회도 부흥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 이상의 일을 하며 분투하다가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번 그런 조울증을 극복하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사역의 자리로 돌아와 슈퍼우먼이 되어 있곤 했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길어지자 아내 조 씨가 시계를 들여다 보다가 이야기한다.
 
"요 옆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생활비가 없어서 시금치 팔아달라고 했거든요. 이제 배 오는 시간 되어서 나가봐야 되는데 기자님도 이제 그만하시고 같이 나갑시다."
 
그녀에게는 평생 처음하는 기자와의 인터뷰보다 시금치를 팔아 할아버지의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것이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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