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품는 신앙의 사람

[ 교계 ] [에큐메니칼지도력]

백도웅
2014년 04월 15일(화) 16:05

한국교회는 '이런' 에큐메니칼지도력을 원한다 <2>

   
▲ 백도웅목사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 땅에 선교사로 부름받아 들어온 장로교회와 감리교회 선교사들은 조선의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교육과 의료 사업으로 다가갔던 것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교회는 불편과 고난을 감수했으며 그 과정은 오롯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2014년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130년 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고난받는 이웃을 찾아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일에 교단과 교파를 넘어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물론 바다건너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한국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된 이유만으로 팔을 걷어부치고 힘을 모았다.

이제는 사회적 이슈에서 사라진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 한국교회는 함께 연대해 민주화의 그늘에 가려져 신음하는 약자의 편에 섰으며,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길고 암울했던 여정에서 한국교회는 정부로부터 감시를 받고 종교의 자유마저 탄압을 받으면서도 공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행진하는 교회를 향해 정부는 탄압의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한국교회를 향해 사회는 무한한 신뢰를 보냈던 것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정의를 외치려는 양심선언자들은 교회를 찾아와 호소했고, 교회를 향해서는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은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교회의 지붕 아래에서 쉼을 얻었다.

IMF라는 쓰나미가 몰아닥친 대한민국에서 노숙자로 전락한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더운물을 제공하는 일에도 교회는 함께 힘을 모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힘을 모은 한국교회는 지금도 여전히 굶주려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에큐메니칼은 그런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흩어진 힘을 모으는 과정인 것이다. 강도만난 이웃을 돕기 위해 흩어진 힘을 모으는 일에 우두머리를 누가 맡을 것이냐고 싸우는 것은 에큐메니칼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인간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할 줄 알며, 그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신앙과 성품을 가진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원한다.

1924년 9월 24일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창립되어 오늘에 이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 정신과 목적에서 "성서를 기반으로 선교와 친교 봉사 연구 협의 훈련을 통해 공동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교회들의 협의체"라고 밝히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및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공동증언의 사업을 전개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공동증언의 사업'에 주목한다면 한국교회는 어떤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원하는지 분명한 답이 나온다.

교회의 발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교회가 내놓는 대안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사회의 흐름이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는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성품을 가진 에큐메니칼 지도력이 진영을 넘어 한국교회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백도웅 목사(전 교회협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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