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악 '파라오'

[ 성서마당 ]

김회권 교수
2014년 04월 15일(화) 14:05

성경에는 악마의 화신이라고 할만한 악인들이 등장한다. 동생을 죽여 들에 암매장하고도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이 받은 벌이 중하다고 불평하는 가인, 자신이 받은 작은 상처를 인해 소년들을 학살하고도 당당해하는 라멕, 바벨탑을 쌓아 하나님과 겨루려고 했던 유능한 사냥꾼 니므롯은 인류 역사에 나타난 악인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악인들의 악을 모두 합쳐놓은 듯한 악인이 출애굽기 1장에 등장하는 애굽 왕 파라오다. 네 가지 점에서 그는 절대적인 악인이다. 첫째, 그는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으로서 이전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다. 요셉은 이집트 총리로서 7년 흉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지도자였다. 그를 몰랐다는 말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고 묵살했다는 말이다. 배은망덕했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양민(자유민)을 노예로 강등시켜 학대하고 유린하는 무법과 불의의 사람이었다. 야곱의 후손들은 자유민으로 이주해 와서 살던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는데 어느 날 그들의 인구번성을 보고 적과 내통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그들을 강제노역으로 몰아넣는다. 짚도 주지 않고 벽돌을 만들라고 강압하며 히브리인들을 괴롭힌다. 히브리인 남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여버려 저항의 싹을 잘라버린다. 그는 하나님의 산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오겠다는 모세의 계획을 듣고 그것도 거부한다. 노예들에게 무슨 안식과 예배가 필요하냐는 식이다. 예배하면 할수록 히브리 노예들이 자신의 존엄을 확인하고 해방을 더욱 갈구할 것임을 알고 안식권을 박탈해버린다. 마지막으로, 파라오는 10가지 연쇄적인 재앙을 당하고도 회개하지 않는다. 파라오와 그의 민족의 장자들이 하나님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심판을 받고도 회개 불가능적인 완악함으로 하나님께 맞선다. 급기야 파라오와 그의 체제는 히브리 노예들을 추격하다가 홍해 바닷가에서 수장된다. 회개와 반성이 불가능한 악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소모품으로 보는 악마적인 고용주들이 동일한 일을 행하고 있다. 근로자를 하루 14~15시간 직장에 붙들어두는 현대판 파라오들이 대도시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을 하나님의 고귀한 형상으로 보지 않고 노동력으로 보는 악마적 세계관에 매여있다.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모든 기업들과 조직들은 언젠가 홍해바다에 영원히 수장될지도 모른다. 파라오처럼 더 큰 재앙의 습격을 받기 전에 신속하게 회개해야 할 것이다. 

김회권 교수
숭실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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