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빚진 죄인(하)

[ 은혜의뜨락 ]

오성건 장로
2014년 04월 08일(화) 09:52

오늘 여기 이렇게 숨쉬고 살아 있음은 오직 주님의 은혜요 기적이다. 죽음의 덫이 생명을 노리고 죽음의 밧줄이 나의 목을 감고 조여오고 있을 때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다시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대수술을 5년 간격으로 두번이나 받았다.

2000년 3월엔 삭발 후 머리를 열고 물혹을 떼어냈다. 지금도 우측 안면에 그 영향이 남아 있어, 수술 전의 파안대소가 한없이 그립고 그립다. 또 2006년 7월엔 왼쪽 폐에 자리잡고 자란 폐암 덩어리를 건강검진 과정에 발견해 즉시 가슴을 열고 암덩어리를 싹뚝 도려내느라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노심초사 애타던 사랑하는 아내와 마음 졸이던 우리 3남매 자녀들, 뜨거운 정 아끼지 않고 쏟았던 형제들, 그리고 하나님을 감동시킨 눈물의 중보 기도로 함께 아파했던 송정교회 교인들, 이 모두의 애간장을 녹게 한 필자는 정말 평생 갚아도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 다 갚지 못할 사랑의 빚진 죄인이다.

최근 또 좌측 다리에 저림과 심한 통증으로 몇 걸음도 걷기가 불편하고 힘들어 전문 척추병원의 주사시술치료와 약 복용을 해왔으나 통증이 더욱 심해져 결국 수술만을 남기고 있던 차에 교회 부흥회 마지막 날부터 100일 기도를 작정하고 새벽마다 주님께 부르짓었더니 90일이 지날무렵 여호와 라파의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치유의 은총 내려주시어 씻은듯 허리와 다리 통증이 사려졌다.

'주님이 부족한 나를 몇번이고 죽음에서 건져놓으신 섭리가 무엇일까?' 오늘도 또 생각하며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라는 말의 뜻을 되새기며 어제 죽은 사람처럼 모든 것 다 내려놓고 감사의 삶 살아가려 한다.

시편 기자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했으며, 고려시대 성리학자 우탁은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손에 가시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말했던가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결국은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길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삶의 길이고 덧없는 인생사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되면 그 생명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십자가 구원의 은총으로 예비된 그 곳 본향이 있기에 그래도 정말 감사, 감사하지 않은가.

우리는 어리석어 우주에 비하면 지구는 아주 작은 별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듯이 때로는 그 안에 먼지처럼 작은 우리가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는 것을 자주 망각하곤 한다.

오늘을 지상에서 충실히 살되 내일은 홀연히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순례자로 구름에 달 가듯이 표표히 왔던 길 다시 돌아감이니, 어차피 떠날 것을 어이 그리 아쉬워할꼬.

'태산은 한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크고 바다는 실개천도 가리지 않기에 깊다'고 했으니 세상에 내려놓을 것 다 내려놓고 하늘의 뜻만 다 받아드리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성경이 "내일 일은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라고 말했듯이 우리 남은 날은 참으로 짧고 두 번 또 못 올 세상이다.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예고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마직막 손님.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번만 죽으면 된다. 오늘도 살아 있는 마지막 날인양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우며 그렇게 그날을 기다리며 학처럼 살아가고 싶다. 버려도 비워도 세상사 미련은 남겠지만, 나그네 인생길 정일랑 너무 헤프게 쏟지 말자. 돌아서 헤어지기 더더욱 서럽고 힘들터이니…

오성건 장로
송정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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