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과 제자의 길

[ 예화사전 ] 예화사전

전덕열 목사
2014년 04월 02일(수) 17:28

인간적으로 이렇다 할 기반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인 혼란의 때에 농민봉기의 와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단 3년만에 연, 조, 한, 위, 제의 5제후를 거느리고 마침내 진나라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붙이고 스스로 천하를 호령하는 패왕(覇王)의 자리에까지 오른 자가 항우이다. 그러나 항우는, 일개 평민 출신으로 시작하였으나 한나라의 왕이 된 유방(劉邦)에게 패(敗)하여 자결함으로 그의 삶을 마감하였다.

유명한 중국의 역사책인 사기(史記)의 저자인 사마천은 항우의 실패를 논하면서 그중에 한 가지를 "고향인 초나라만을 그리워 관중지방을 버리고 떠났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항우는 대군을 거느리고 진나라의 수도였던 함양에 입성하여 대학살을 자행했으며 그 뿐만 아니라 이미 항복한 진왕 자영을 처형하고 궁전에 불을 질렀는데 그 불은 석 달 동안 계속 탔다.

항우 곁에서 그를 아들같이 여기고 돕는 책사 범증은 항우에게 관중은 사방이 물과 산으로 에워싸인 요충지대이며 토지가 비혹하여 도읍으로 정하고 천하를 호령하기에 다시 없이 좋은 곳이기에 이곳을 따나지 말고 잘 지켜야 한다고 강하게 조언을 했지만 항우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궁전의 보물과 여자들을 약탈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면서 항우는 말했다. "인간은 아무리 위대해질지라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면 헛수고야.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금의(錦衣)를 걸쳤으면 환향(還鄕)을 해야지, 금의를 걸치고 깜깜한 어둠 속을 거닌들 무슨 소용인가(錦衣夜行)."

항우는 자신의 말대로 패왕(覇王)으로서의 권세와 영광을 앞세우며 당당하게 초나라로 귀환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항우는 천하를 중앙에서 평정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꼴이 되었으니 금의(錦衣)를 걸치고 스스로 몰락의 수렁으로 뛰어든 셈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성도들은 이 세상의 삶 속에서 항상 스스로 모든 영광과 권세를 다 비우시고 지극히 낮은 자리에까지 내려오셨고 또한 어린 나귀 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성으로 입성하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제자의 길을 가야한다.

오늘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왜 마귀가 예수님을 미혹할 때 천하만국의 영화를 보여주었는가를 명심해야한다. 그것은 우리가 걸어가는 제자의 길은 금의환향이 아니라 곧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덕열 / 목사ㆍ한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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