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재미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hanmail.net
2014년 04월 01일(화) 11:55

세이프 헤이븐(감독: 라세 할스트롬, 드라마/로맨스/미스터리, 15세, 2013) 

   
 
영화감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몇 가지로 정리된다. 이야기에 방점을 두고 감상하는 관객이 있다. 이야기 가운데서도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고 판타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연출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연출은 이야기의 얼개로 이야기 전개에 대한 전체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흔히 접하는 반전은 바로 연출의 결과이다. 배우의 연기에 주목하기도 하고, 장르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기도 한다. 컴퓨터 영상 기술이 발전하다보니 영상 기술이 감상의 한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의 환경적 배경이나 음악이 관객을 끌기도 한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영화배우들의 의상과 스타일을 본다. 이외에도 다양한 관심과 관점들이 있다.
 
영화 감상의 다양성을 서두에 언급한 이유는 '세이프 헤이븐'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말하기 위함이다. 곧 '세이프 헤이븐'은 이야기의 의미를 성찰하기보다는 이야기의 얼개로부터 얻는 재미와 느낌, 곧 장르와 연출방식에서 관심을 두고 만든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을 선택하는 데에 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작은 항구도시의 아름다움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 제목 '세이프 헤이븐'은 '피난처'로 해석된다. 자연재해나 근심, 고통, 위험으로부터 피해 신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내용은 남편의 집착과 폭력에서 벗어나려다 칼로 상해를 입은 채 도주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영화는 도주하는 여자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작은 항구도시에서 당분간 숨어 지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1급 살인미수자로 그녀를 집요하게 뒤쫓는 경찰이 등장함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불안한 모습으로 자신의 가게를 찾은 낯선 그녀를 보는 남자의 시선은 사랑의 출발을 예고하고, 몇 차례의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쫓기고 또 숨어 지내는 처지에서 너무 쉽게 로맨스를 말하는 것이 리얼리티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또 우리 정서에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의 정도와 비례해서 피난처를 찾는 마음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절정은 그녀를 쫓는 경찰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녀의 위치가 그에게 노출되어 그녀와 조우하는 부분이다. 반전으로 사용한 여성의 존재와 역할은 리얼리티를 의심케 하나 또 다른 미스터리를 불러 일으키는 부분으로 독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이프 헤이븐'이 기본으로 채택한 장르는 드라마다. 여기에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덧붙였다. 드라마는 일상의 사건 범위 안에서 대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이다. 로맨스는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미스터리는 비밀스런 사건을 추리의 형태 혹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감상의 관건은 이 두 개의 장르가 어떻게 잘 조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인데, 영화는 정체불명의 한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녀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작은 항구도시로 머물게 되었는지, 그녀를 쫓는 경찰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또 그것을 하나둘씩 밝히면서 전개한다. 그녀에 대한 미스터리는 마침내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서 하나의 긴장과 갈등 요소로 작용하면서 또 다른 장르적인 재미를 안겨준다.
 
말이 나왔으니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도록 하자. 장르는 주제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저술가 혹은 예술가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지만, 작품으로부터 얻는 느낌에 포인트를 두고 전개하는 방식이다. 같은 주제라도 어떤 형태의 이야기로 담느냐에 따라 분위기와 느낌이 달라진다. 장르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장르가 주는 재미를 누릴 수 있기까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장르를 알아야 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접해야 하며, 각각의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들을 분석하며 보아야 한다. 한 작품에 하나의 장르가 지배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복합장르가 유행이다.
 
사실 성경은 다양한 장르로 기록되어 있다. 설화, 법, 역사, 시, 잠언, 묵시, 복음, 서신, 논쟁, 간증 등이다. 성경을 기록하면서 특정한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장르적인 맛을 배려한 것이다. 만일 우리가 장르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혹은 재미를 갖고 성경을 읽을 수 있다. 성도는 다양하게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배워야 하고, 교회는 성도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읽기에서 장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심심할 수밖에 없고 신앙자체가 무미건조해질 수 있다. 장르에 대한 교육,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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