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장애인의눈물 /장애인을 향한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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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1일(화) 10:50

장애인을 향한 교회의 역할

배융호 목사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최근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은 복지에서 인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의 문제는 빈곤, 노동, 교육, 주거, 의료 등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 해결이었다. 이러한 삶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초점은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온정주의를 불러 일으켰으며, 복지를 통한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당연히 교회 역시 장애인에 대한 초점을 구제와 복지에 두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구제와 봉사로 시작한 교회의 장애인을 향한 사역은 장애인 선교에서 장애인 복지선교로 이어졌다. 이처럼 장애인 선교마저 복지선교로 되었다는 것은 교회가 장애인에 대한 사역의 중심을 온정주의와 복지중심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에 대한 온정주의와 복지중심의 문제해결은 1970년대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의 장애인 운동을 통해 비판을 받게 된다. 이 운동들은 장애인자립생활운동과 장애인의 권리 보장 운동으로서 향후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권리협약과 같은 제도를 탄생시키게 된다.
 
이러한 운동의 특징은 장애인 정책은 복지가 아닌 권리와 인권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온정주의가 아닌 평등과 참여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장애인 문제가 구제와 도움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가 장애인에게 가하고 있는 차별, 편견, 참여의 방해와 같은 억압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더 나아가 장애인에게 있어서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아니라 개인의 손상과 사회의 환경(장애인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의견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휠체어 사용자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라고 해서 교육도 받을 수 없게 하고, 일자리도 주지 않고, 사회활동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의 초점을 장애인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모델은 해결도 장애인 개인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서 찾고자 한다. 문제는 손상을 가진 개인이 아닌 그 개인이 동등하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환경을 바꾸어 장애인도 동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장애인 정책의 목표가 되는 것이 바로 인권과 권리 패러다임의 장애인 정책의 목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교회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장애인을 동정하며 도움의 대상, 구제의 대상에서 바라보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교회 내에서부터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교회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해주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당하고 있는 차별, 편견, 인권침해와 같은 억압을 깨뜨리고 사회의 인식과 환경을 변화시키는데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제 장애인을 향한 교회의 새로운 역할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회의 구제와 봉사활동을 전면 금하고 중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구제와 봉사가 장애인 사역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평등한 사회참여의 실현을 위한 사회의 변화에 교회가 앞장서야 하며, 그것은 교회 내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장애인을 향한 사역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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