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소백산 사과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3월 26일(수) 16:54

사과 좋아하세요? 아오리, 홍로, 홍월, 국광, 골덴, 스타킹 … 젊은 이들은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연만하신 분들은 듣자마자 바로 아셨을겁니다. 1970년 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사과 품종들의 이름입니다.
 
사과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에 의해 애용되었고 재배종은 유럽 전역에 전해졌습니다. 유럽에서 개량된 사과나무는 17세기에 미국에 전파됐습니다. 동양은 중국에서 1세기 경에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그 당시의 것은 '능금'이라 불러 한국과 일본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사과나무를 최초로 심었던 기록은 1884년이고 그 후 1901년 미국 선교사들이 미국 개량종을 대구에 심으면서 본격화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흔히들 '사과'하면 '대구'를 손 꼽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사과 산지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평지 사과밭이 사라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에 평지 사과나무가 적응을 못한 결과도 있지만 소비시장에서 배, 포도, 단감 등 다른 과일에 밀렸기 때문이라 합니다. 최근엔 '소백산 사과(풍기 사과)'가 대세입니다.
 
언젠가 출장 길에 그 지역 목사님으로부터 소백산 사과의 특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풍기 읍내에서 소백산으로 오르는 길, 그러니까 비로봉 쪽으로 가다 보면 온통 사과나무입니다. 오염 없는 1,439미터의 고냉지, 소백산의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사과밭은 일교차가 심합니다. 밤에는 고냉지의 찬 바람에 사과의 속살이 살짝 얼었다가 낮에는 뜨거운 태양 빛에 녹아내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중에 과육이 단단해지고 당도가 높아진다는거죠. 풍기 지역의 과수농가들은 "타 지역 사과보다 볼품은 떨어지지만 탱탱한 과육과 당도는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백산 사과가 맛있는 이유를 들으면서 문득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비극과 슬픔을 얼마나 많이 겪게되는지요. 간절히 소망하던 것을 얻지 못하거나 소중한 것을 잃게되는 사건들. 명예와 재물, 건강, 사랑과 우정 … 수 많은 실패와 좌절, 절망 속에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까지.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위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기라고 모두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위기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이를 통과하는 중에 그동안 잊고 있었거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은혜와 축복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낮과 밤의 큰 일교차 덕분에 과육과 당도가 좋은 과일로 거듭난 소백산 사과처럼 우리들의 삶도 세상의 격랑 속에 단련되어져서 정금같이 되어 나오는 순도 100퍼센트의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그리움에 산다/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 견디기 어려운/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그리움은 마침내/스스로의 무게로/떨어져 온다/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눈부신 축제의/비할 바 없이 그윽한/여운을 새긴다" 김춘수 시인의 '능금'이란 시 중 일부입니다. 사과를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시인의 감성에 경탄하며, 하나님 나라를 그리워하며 그 그리움이 익어서 스스로 견딜 수 없이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발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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