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성례전 후에 남은 성물 처리에 대해

[ 기고 ] 특별기고

정장복 camus79@hanil.ac.kr
2014년 03월 25일(화) 17:13

지난 2월 21일 본교단 헌법위원회는 성찬성례전 이후 남은 성물은 "성찬식에 사용하고 남은 … 신령상의 문제가 됨으로 먹지 않는 것이 가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 해석이 어디에 근거했는지 모르나 필자가 예식서 개정위원장으로 제출하고 우리 총회가 채택한 헌법의 예배모법과 예배ㆍ예식서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더하여 이 해석은 본교단이 채택한 예배ㆍ예식서의 내용을 지금까지 지켜온 많은 목회자들을 매우 혼란에 빠져들게 한다.
 
역사적으로 성찬성례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성물에 대한 처리의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어려운 문제였다. 초대교회의 교회의 규칙과 가르침을 가장 분명하게 알려주는 문헌은 '디다케'와 '사도전승'이다. 그 중에서도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은 기독교가 정도를 걷는데 매우 유익한 지침서로 남아있다. 거기에는 성찬성례전에서 주님의 성체라고 일컬었던 성물을 땅에 묻어 쥐나 벌레들이 먹는 일을 엄히 경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잔을 잘못 취급하여 주님의 보혈로 상징한 포도주를 땅에 흘리게 되는 경우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죄인이 될 것"이라는 엄한 가르침이 있을 정도로 남은 성물은 엄격히 통제되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16세기 트렌트회의에서는 성당 제단 벽 중앙에 감실을 설치하고 그곳에 남은 성물(병)을 보관하도록 했다. 그리고 포도주는 사제 혼자서 대표로 마시는 방법을 활용하다가 1415년에 일종배찬을 확정함으로써 천주교 미사에서는 평신도들이 빵만 받을 뿐 잔은 받지 못한 관례가 생기게 되었고 남은 성물의 처리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본교단의 예식서 개정위원회는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과 세계의 개혁교회들이 취하고 있는 '남은 성물'에 대한 방법들을 참고하여 성스러운 성찬성례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하여 결론을 내린바 있다. 그 내용을 함께 담은 '예배ㆍ예식서'는 2008년 제93회 총회에서 채택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찬에 쓰고 남은 성물은 집례한 목사와 동역하는 목사가 보관하거나 먹도록 한다."(56쪽) 여기에 첨언해 두고자 하는 것은 이때의 먹는 행위는 성찬성례전의 연장행위로써 경건한 분위기에서 주님의 몸과 보혈을 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한국교회의 일부에서 아직도 카스테라나 인절미를 그리고 알콜농도가 뚜렷한 포도주를 성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남은 성물'의 양이 문제가 되며 보관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떡은 동전모양의 전병을 사용하여 남은 것은 정중히 보관하여 다시 사용함이 좋다.
 
그리고 포도주는 교회에서 정성껏 담갔다고 해도 알콜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열하여 알콜을 증발시킨 후에 사용하면 '술'의 개념을 탈피할 수 있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잘 보관하여 재사용함에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빵과 잔은 '무미소량'의 원칙을 지켜 성물에 인간 식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도 유의해야 한다. 이럴 때 '남은 성물'에 대한 논쟁은 사라지고 오직 주님이 제정하신 성찬성례전에서 은혜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남은 성물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필자 외 9인의 전공교수들이 펴낸 '예배학사전' 407~409쪽을 참고하시라)
 
정장복 / 한일장신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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