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분열'예배만큼은 피했다"

[ 교계 ] 설교자 선정으로 좌초 위기 맞았던 부활절 예배, 김장환 목사로 최종 결정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3월 24일(월) 13:05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연합행사인 부활절연합예배가 설교자 선정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한때 '부활절 분열예배'를 드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 23일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회장단 회의에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자칫 분열로 치달을뻔 했던 상황은 상당부분 정리가 됐다.

 당초 논란은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지도부를 중심으로 설교자를 김장환 목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됐다.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를 시작할때 준비위원회는 예장 합동 총회와도 협력하는 폭넓은 연합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로드맵을 밝혔지만 결국 내부 갈등으로 인해 분열의 조짐마저 보이며 교계의 큰 우려를 샀다. 준비위는 이 같은 잡음으로 인해 지난 20일로 예정돼 있던 기자간담회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잠정 연기'했을 정도로 내부에서는 갈등이 고조됐다.

 설교자로 인한 갈등의 핵심은 김 목사의 보수적인 정치성향 때문이었다. 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몇몇 회원교단 인사들이 김 목사가 보수 정치권과 가깝고 보수적인 발언을 해 왔던 것을 문제 삼았다"면서, "설교 중 친정권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교자 문제로 난항을 겪는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연합을 지향해온 부활절연합예배마저 보수와 진보라는 양분된 잣대로 평가되어야 하느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인데, 결국 표면적으로는 연합을 지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신들과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을 수 없다. 설교자를 교체하라'고 요구한 것 자체가 조화로운 연합정신을 외면한 태도였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23일 회의에서 김장환 목사를 설교자로 최종 합의한 것도 이같은 비판여론이 적극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때 설교자 선정과 관련해 '자진사퇴설'까지 돌았던 준비위원장 장종현 목사가 소속 교단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열린 WCC 부산총회에 참여했던 이력이 새삼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장종현 목사는 WCC 총회 준비위원회 상임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성경에 보수와 진보가 어디 있느냐? 성경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WCC 준비에 참여한 바 있다. 장 목사가 총회장으로 있는 예장 백석 총회 내부에서 "WCC 총회 때의 연합과 올 부활절 연합예배의 연합이 다른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설교자 선정이 어렵게 완료된 가운데 부활절인 4월 20일까지의 연합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본교단을 비롯한 주요교단들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와 별도의 예배를 드리기로 한 기하성 양 교단, 이미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예장 합동 총회 등이 각각 따로 모일 전망이다. 이런 현실만 두고 본다면 '연합이 무색한 연합예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활절까지 아직 20여 일 넘게 남은 기간 동안 가시적인 연합을 위한 노력을 쉬지 않는 것도 진정한 의미의 연합예배를 준비하는 자세가 될 것인만큼 교계의 하나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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