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테러 유사사태 대비한 총회차원 대응 필요하다

[ 기고 ]

주철현 목사
2014년 03월 19일(수) 15:06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언론…선도적으로 대응해야

몇 주 전 이집트에서 본교단 산하 교회의 성도들이 성지순례 중 테러로 인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피해를 당하였다. 먼저 피해를 당한 성도들과 그 가정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우선 일 것이고 동시에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살피는 한편 앞으로도 총회산하 교회와 선교사들에게 발생할 할 수 있는 유사 사태를 대비하여 효과적인 위기대응을 할 수 있도록 총회가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집트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언론에서는 즉각 중동지역의 전문가를 물색하여 방송스튜디오로 데려와 인터뷰 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본 바로는 그들 대부분이 한국교회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정서와 사회감정을 심사숙고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일례로 전문가 한 분은 방송에서 "이번 테러가 한국인 순례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로 보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한국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로 보인다"고 단언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마도 시나이반도의 단체여행객들이 대부분 한국순례객이기에 현장분위기를 바탕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말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분은 아나운서의 질문의도와 답변을 듣는 일반 시청자들의 생각이 그의 답변의도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테러의 대상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쉬운 대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당연히 가장 많은 단체여행객인 한국인이대상일 수 있겠지만 테러의 목적이 꼭 한국인이어야 했느냐? 는 본질적인 의도가 담긴 질문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답변의 이해 차원이 달라진다.
 
그는 답변 끝에 시나이 반도 거주민들이 모슬렘들이기에 이 지역을 방문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증오감도 있을 수 있다고까지 덧붙였다. 그의 답변은 이 지역의 거주민들의 생계에 외부여행객들이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고 기독교순례객들에 의한 직접적인 선교행위가 거의 없었기에 이 지역을 수없이 여행하면서 이런 반감을 마주친 적이 없는 나의 경험상 당혹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방송에서 이런 류의 답변은 테러목적의 성격을 밝히는 전문가의 분석이기에 파장이 크다. 비기독교인들이 듣기에 한국교회의 극성스런 선교행위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고 판단하여 사건의 피해자들을 오히려 테러의 원인제공자 또는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사실 한국교회 성도들을 직접적으로 노린 범행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가 이런 일종의 종교이념의 테러에 연루되면 자연스럽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한편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을 대표하여 전체언론을 상대하는 분이 해당교회 부교역자였다는 점도 아쉽다. 그 분의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한 활동이었겠지만 이런 규모의 사건은 이미 한 교회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다.
 
언론들은 비전문가의 허점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을 흥행의 요소로 만든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앞으로 적어도 총회산하의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총회가 대응메뉴얼을 갖추고 언론 창구를 확보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제 총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교단에 소속된 1300여 명의 선교사들과 300만 가까운 성도 그리고 8400여 교회에 조심스런 행동을 주문하는 것이 최선이어서는 안 된다.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배움과 봉사 그리고 경험을 격려해야 할 교회가 옴짝달싹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사사태가 일어날 때 뒤늦게 나서서 교회의 솔직한 입장을 호소하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총회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의위상에 맞는 역할과 준비가 필요하다. 일이 벌어졌을 때는 늦다. 평소에 대비하고 위기관리능력을 키워 선교사들과 교회의 해외활동을 지원하고 교육하며, 위기 발생 시 교회를 대표하여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서가 총회 안에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호남신학대 갈릴리성서지리문화연구원 연구실장
주철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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