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생님 신학생들

[ 땅끝에서온편지 ] <6> 제2의 선교지 '태국'

염신승 선교사
2014년 03월 18일(화) 16:05

신학교에서 사역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현재 사역하고 있는 파얍대학교의 멕길버리 신학교는 1889년에 설립된 태국 최초의 신학교이며 태국기독교총회(CCT)의 직영 신학대학이자 태국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현재는 종합대학교로 성장했다.

우리 신학대학의 경우 경쟁률은 2:1 수준이다. 높지 않은 경쟁률이지만 때로는 지원자의 2/3가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한 사람만 뽑는 신학대학인 셈이다.
 
△마약 팔다 신학생으로

5남매의 장녀인 한 학생이 입학했다. 불신 가정의 자녀였고 가난했다. 당연히 학비가 큰 짐이었다. 장사를 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부모님은 하지말아야 할 일을 시작했고 그녀는 그 일을 도왔다. 바로 마약을 판 것이었다. 돈은 쉽게 벌었다. 그러나 조마조마한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천신만고 끝에 풀려났고 신학대에 입학해 졸업반이 됐고 학생들 앞에서 간증을 하기까지 성장했다. 현재는 학비 마련을 위해 십자가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슬람교도에서 신학생으로

지난 해 이란인이 신대원 국제과정에 입학했다. 어릴 때부터 꾸란과 기도소리에 젖어 살던 그가 기독교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은 이내 주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결국 태국으로 오게 됐다.

태국에 와서는 매일 10시간씩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기도했다. 사역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대원에 입학했다. 그의 손에는 항상 성경이 들려있다. 그는 학생이자 곧 나의 선생님이시다.
 
△폭우 속의 신입생 환영회

태국에도 신입생 환영회가 있다. 뒷산에서 진행됐다. 아무리 뒷산이라고 해도 차로는 한 시간 반, 걸어가면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이동 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하던 4학년들은 이미 정상에 도착했고, 신입생들을 산비탈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신학생 모두는 우산을 들지 않았다. 정상에 모인 선후배, 신입생들은 구호를 외치고 믿음을 고백하며 주님의 종이 되겠다는 확실한 다짐을 했다. 우중 환영회가 끝날 무렵 1학년들 앞에 4학년이 한 줄로 섰다. 선배들이 무릎을 꿇었다. 신입생들도 하나 둘 무릎을 꿇고 서로 껴안고 울었다. 그들은 한 가족이 됐다.

△졸업 후 척박한 목회 현장으로

이곳 신학대학의 학비는 1년에 약 3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총회나 노회, 개인, 교회, 학교, 선교사나 선교부를 통해 장학금을 받는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개인이 정부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졸업 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태국의 대졸 초봉은 보통 30만원부터 시작된다. 신학대 졸업자들도 비슷하게 받는 경우가 있지만 지방으로 가는 학생들은 20만원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더구나 20대 초반의 신학교 졸업생이 시골교회로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역지를 향해 간다. 대도시 교회나 기관에서 청빙을 해도 목자 없는 교회를 찾아 지방으로, 시골로, 산으로 올라간다. 교수랍시고 도시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나는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졸업 환송회의 세족식

해마다 졸업을 앞두고 학생회는 졸업생을 위한 환송회를 마련한다. 이 행사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세족식이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발을 닦아주는 것이다. 동문수학하며 쌓은 정(情)이 눈물로 흘러 내린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발을 씻겨준다.

이때는 학생들이 많이 운다. 마지막으로는 졸업하는 학생들끼리 서로의 발을 씻겨준다. 천국의 풍경 같다. 서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복음을 전하는 발이 되자고 다짐하고 기도한다. 신학생들은 제자이기 전에 늘 소중한 나의 선생님들이다.

염신승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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