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을 헐라

[ 기고 ] 독자투고

정재훈 목사
2014년 03월 11일(화) 13:26

 
홍수에서 살아난 노아의 후손들이 시날 평지에서 하나님의 진노를 사게 되었다. 바벨탑을 쌓았기 때문이다. 므리바 사건도 그러했다. 모세가 반석을 치면서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물을 내겠다"(민20:10) 한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탈취한 죄가 되었기에 그 대가로 그토록 소망한 가나안 입국이 거절되고야 말았다. 이러한 지난날의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 오늘날 이 세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사건적인 바벨탑 교훈이 교회에 파급되고 있음을 절감하는 바이다.
 
맘모스 예배당을 올려 세우고 교인들의 수가 인파일 정도로 굉장한 교회를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창세기 때 사람들처럼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게 하자"는 교회라면 그냥 둘 수 없다. 단호히 말해 그와 같은 바벨탑은 헐어 버려야 한다. 
 
칼 야스퍼스는 현대를 가리켜서 "신(?)이 퇴위당한 자리에 황금이 앉아 있는 시대"라 하였다. 또한 "하나님이 일식(日蝕)당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신문에서 본 것이다. 5일간 집회에 운영조직이 눈길을 끌었다. 대표, 상임 고문 2명을 필두로 대표, 상임, 운영 총재 3명과 실무총재 5명 그러니까 총재가 8명이었다. 대표회장과 상임회장도 있었다. 교회 지도자만큼 학력을 내세우고 경력을 게시하는 세계는 없다고 본다. 어느 교회 목사라 했으면 됐지 그토록 이력을 과시해야 하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성회에 그 많은 총재가 있어야 하는지? 그래서 교회의 바벨탑을 운운하게 된다. 어느 때든지 교회를 비하하고 핀잔을 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현실이 말씀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고 원래의 사명과 목적에서 이탈되었다면 불가피한 일이다.
 
1950년 9월 13일 순교하신 손양원 목사님은 자신의 설교에서 "조선교회를 재건하자면 먼저 파괴해야 한다"고 절규하셨다. 오직 주님이어야 할 교회에 피조물인 사람이 카리스마로 군림하고 있다면 용납되지 않는다. 언젠가 미국 한 교회 마당에서 흑인 아이가 울고 있었다. 왜냐하면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쫓아내 버렸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이 아이에게 "나도 쫓겨나서 못 들어가고 이렇게 서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픽션이 있다. 하나님의 성전인 주님의 교회가 변질되고 있기에 부단한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무오한 말씀에서 빗나간 근본을 제자리에 원상 회복시키는 작업이 교회 개혁이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막11:17)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2000년 전 현상이, 오늘 날에 와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견줄 바 없을 만큼 성장한 한국교회이다. 기적이라 할 정도로 경이적인 부흥일로를 달려왔다. 그러나 성공적이냐 하는 데는 갖가지로 검증이 있어야 하겠고 신학적인 관찰과 그 정의(定義)가 남아 있다. 화급한 이슈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현재를 직시하는 것이다. 교회에 선한사마리아인의 자비(눅10:37)가 베풀어지는지, 주님이 주신 새 계명(요13:34)이 실시되고 있는지 관찰하고 점검해 보자. 신학적인 잣대로 예리하게 통찰해 보아서 어느 한 구석이라도 쌓아놓은 바벨탑이 있다면 가차없이 헐어버리자! 이것이 한국교회가 거듭나는 상책이다. 또한 주님의 지상명령이리라.  

정재훈 목사/총회 역사위원장ㆍ서부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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