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변화

[ NGO칼럼 ] NGO칼럼

신예은 과장
2014년 03월 03일(월) 16:50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다보면 열악한 직원 복지와 처우에 속이 상할 때가 있다. 이런 불평과 불만을 잠재우는 것은 다름 아닌 수혜자들의 변화이다. 작년 가을, 집 고치기 사업 현장에서 만난 어떤 어머니는 집을 고치고 나서 딸 아이의 병이 나았다며 기뻐했다. 아이의 틱 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고 학교에서도 지내기 어려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정서상 도움이 된다는 말에 동물도 키워보고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 봤는데도 고쳐지지 않던 증상이 집을 고치고 한 달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했다. 틱 장애가 나은 것도 기적 같은데 아이의 성격도 밝아지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어머니 본인도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약을 먹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며 매일매일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해 그 자리에 있던 해비타트 스태프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야말로 200%짜리 보너스이다.

이런 보너스를 받게 될 때마다 절로 신이 난다. 이제까지 숙제할 곳조차 없는 집에 살다가 자기 방이 생긴다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맘껏 할 수 있겠다며 즐거워하던 어머니, 자원봉사자와 함께 망치질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가족을 위해 살겠다며 다짐한 아버지들이 나의 보너스이다. 특별히 아이들 중에 실제로 성적이 올랐다고 소식이 오거나 가족들의 건강뿐 아니라 관계도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집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귀한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 큰 복이구나 하는 감사가 절로 나온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집이 오히려 가족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는 주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벽에 잔뜩 핀 곰팡이로 인해 피부병이나 천식에 시달리는 아이들, 화장실이 집 밖에 있어 한겨울에는 거의 사용할 수 없거나 혹은 화장실 가는 길에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흔한 경우일 정도이니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우리의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한국에서 사랑의 집짓기로 알려진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는 망치를 도구삼아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망치의 신학' 아래 설립된 국제비영리기구이다. '네 이웃을 섬기라'는 복음의 절대 명제에 따라 삶의 기반이 되는 '집'을 지으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경 전체에 걸쳐, 주님을 섬기는 일과 가난한 이를 돕는 일은 서로 한데 얽혀 있다. 다른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 가난한 이들이 더 좋은 삶을 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해야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실 여러 교회에서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집짓기 봉사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매년 꾸준히 단체 봉사로 참여하는 교회도 있고 혼자서 묵묵하게 10년 넘도록 해비타트 현장을 찾는 목사님도 계신다. 이런 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인해 해비타트는 이제까지 꾸준히 주거 환경을 개선해 오고 해당 가족들의 삶을 변화시켜 왔다.

우리가 짓는 집 한 채, 우리가 개보수하는 주택 한 채가 모두 한 편의 설교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또 그곳을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징표가 된다. 집들 한 채 한 채는 각각 하나의 양심이 되어 이웃을 섬기고 실천하는 사랑의 증거이다. "전 세계 주택 문제는 물질이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라는 아프리카 해비타트 본부장 샘 몸퐁고의 말처럼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것을 좀 더 나누고 이웃을 섬기는 일들에 동참해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웃의 변화는 나에게 훨씬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해 줄 것이다.

신예은 과장 / 한국해비타트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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