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와 '미리 미리'

[ 4인4색칼럼 ] 4인4색칼럼

이의용 교수
2014년 02월 21일(금) 11:14

'1-10-100의 법칙'이란 게 있다. 불량 제품이 공장에서 발견되면 '1'만큼 손실이 온다. 그런데 그것이 일단 시장에 나가면 해결에 '10'이 든다. 나아가 고객이 그 불량을 문제 삼으면 무려 '100'의 손실이 온다는 것이다. 그 손실을 감당 못할 때 회복은 불가능해진다.

자동차는 부품이 수 만 개나 되는 데다 제작업체도 많아 결함 없는 차를 생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완제품을 시장에 내보내기 전에 수십만 km의 시험운전을 하면서 결함을 찾아낸다. 출고 전에 결함을 찾아내면 '1'의 비용으로 해결이 되는데, 시장에 나간 후 문제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때에는 10배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차를 회수해 수리를 해준다. 이것이 바로 '리콜(Recall)'제도다. 이미 고객의 손에 들어간 차를 회수하기도 하는데 이때 비용은 무려 100배가 든다.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이미 고객의 손에 들어간 차들을 리콜하느라 회사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졸업 시즌을 뒤로 하고 신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10대는 샘플, 20대는 신상품, 30대는 정품'이라는 말처럼 대학에도 '신상품'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신상품'들은 갈수록 알 수 없는 세대여서 교수들 입장에서는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는 이들을 '고4'라고 부른다. 여전히 고등학생 같아서다. 이들에게 부족한 4가지를 '고4 증후군'이라 부른다. 첫째, '나'에 인식이 부족하다. 자신이나 가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을 좋아하거나 신뢰하지도 않는다. 둘째, 비전이나 목표가 부족하다. 부모에게 등 떠밀려 대학에 왔고,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 때문에 진학해서다. 셋째, 자립심이 부족하다. 수강 신청도, 성적 이의 신청도 엄마가 대신 해준다. 자기 앞에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미루거나 남에게 의지하거나 포기한다. 넷째,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한다. 성적만 잘 나오면 성공이고, 돈만 벌면 대박이라는 단순한 가치관에 매여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지만, 학력이 낮은 학생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교육이 무너져서다. 대학입시가 초등교육, 중등교육의 목적과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 바람에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무너져 버렸다. 가정교육에서 '1'로 해결할 수 있는 걸 생략하니, 학교교육에서 '10'으로도 해결하지 못 한다. 이젠 '100'을 들여 사회교육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문제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문제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이미 터진 문제다. 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수습하고 처리할 수밖에 없다. 둘째, 곧 터질 문제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셋째, 언젠가 터질 수 있는 문제다. 적은 비용으로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늘 예방을 소홀히 하다가 문제가 터지면 헉헉댄다. 지난 주 대학생들의 대형 참사가 그 예다. 심각한 사회적 불신에 처한 교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서진환의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5557억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이 어린 시절 좋은 가정교육을 받았더라면 이런 희생과 비용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고, 소 잃고 나서야 외양간 고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 복지국가들은 세금만 많이 걷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예방(Proactive)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을 철저히 하고, 건강관리만 잘 하도록 해도 범죄가 줄어들고 의료비용이 줄어든다. '빨리 빨리' 문화를 '미리 미리'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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