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총회 연기, "아쉽다"

[ 교계 ] 원인은 한기총의 파행, WCC 총회 반대도 큰 이유. 다시 한국 총회 유치 어려울 것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2월 14일(금) 10:36
   
▲ 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왼쪽)가 2010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렸던 '에딘버러 선교 10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해 WCC 월터 알트만 의장(가운데)과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오른쪽)와 함께 자리했다. 사진/기독공보DB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A)가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 예정이던 총회가 결국 연기됐다. WEA는 한국시간으로 11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총회를 연기하게 됐다고 공지했고,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의 분열로 인해 서울총회가 교회들로부터 지지받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총회 개막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총회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WEA는 "총회 연기를 한기총과 상호협의했다"고 밝혔고, 보도자료 곳곳에 매우 완곡한 표현을 담았지만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 WEA 국제협의회 위원들 간에는 매우 치열한 논쟁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WEA 서울총회가 연기된 배경과 향후 한국교회의 과제들을 짚어본다.

 ▲WEA 총회 연기 이유는 결국 '한기총'
 WEA 국제협의회가 총회를 연기하기까지의 과정은 WEA의 보도자료 내용처럼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겉으로는 WEA와 한기총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내린 결과'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에 대한 성토부터 WCC 부산총회를 주도적으로 반대했던 한기총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폭넓고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총회 연기가 발표되기 며칠 전 본보와 인터뷰 한 WEA 전 회장 김상복 목사도 "조만간 WEA 서울총회와 관련해서 국제 지도자들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한기총과의 협력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머지않아 '어떤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 지도자들은 개최지 변경이나 총회 연기, 혹은 대폭 축소 등 모든 옵션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WEA 지도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WEA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이번 연기결정에 대해 "WEA 국제협의회가 매우 심도깊은 논의를 했고 한국교회의 여러 형편을 감안했다"면서, "무엇보다 지난 해 WCC 총회 때 한기총의 주도로 부산총회를 반대했던 일이 연기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WCC와 오랜 시간 협력해 온 WEA의 회원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일이었다는 분위기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독일 복음주의권이 매우 강한 문제제기를 하며 총회의 연기를 주장했으며, 앞으로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의 지도력에도 상당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또 다른 관계자는 "WEA가 서울총회를 다시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들의 큰 잔치를 유치했던 한기총이 자신들의 내부 문제로 눈앞에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분열된 한국교회', 반성하는 계기 삼자
 WEA가 서울총회를 연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한국교회의 분열'이었던 만큼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이미 한국교회는 193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조직된 이후 한기총과 한교연에 이어 최근 예장 합동 총회를 중심으로 또 다른 연합기구의 설립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로 '연합이 무색한 교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물론 WEA가 언급한 '분열'은 내용적으로 한기총 내부의 파행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합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한국교회의 장기 과제를 다시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에큐메니칼권과 에반젤리칼권이 융합해 사역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한국교회 안에서도 교단들 사이에 선교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공동사역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이미 알려진대로 WCC와 WEA, 로마 교황청이 공동의 선교문서를 작성해 발표할 정도로 선교에 있어서는 격의없는 협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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