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달리는 사람들의 희망 '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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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교수
2014년 02월 05일(수) 16:14

핍박이 우릴 하나님의 길로 인도한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과 환경 속에 태어난 사람이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타산적인 삶을 사는 경우가 있다. 에서에게 장자의 특권을 빼앗긴 채 태어난 쌍둥이 동생 야곱에게 하늘은 처음부터 우중충한 잿빛이었다. 형이 아버지와 온 집안 어른들의 칭찬, 기대, 사랑을 독차지하는 나날이 계속되는 동안 야곱은 홀로 어머니 리브가의 치마폭 주변을 맴돌며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그는 조용하고 사색적이며 주도면밀하고 차분한 청년으로 자라간다.

그는 하나님의 태몽계시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기질과 성향 때문인지 자신을 은근히 편애하는 어머니의 장막 근처를 맴돌며 어머니의 가사일을 도우며 때를 기다린다. 사냥과 사교에 능한 에서가 하루 종일 야외할동으로 기진맥진해 돌아오는 버릇을 이용해 그는 팥죽 한 그릇을 주고 형의 장자권을 매입하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버지 이삭의 장자확증적인 축복기도까지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배반한 댓가로 외갓집 밧단아람으로 가서 20년 이상 타향살이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밧단아람에 가서 사기와 계략의 진정한 고수인 외삼촌 라반을 만나 철든 어른이 되고 신앙인의 인격을 도야하게 된다.

라반은 자신이 이제까지 상대해 온 가나안의 순둥이들과 종류가 전혀 다른 참다운 사기꾼이요 협잡꾼이었으며 진정한 의미의 인생채찍이요 몽둥이었다. 창세기 31장은 야곱이 라반에게 당한 온갖 수모와 굴욕, 부당한 임금 협상과 임금 채불, 극히 불리한 근무 조건과 열악한 복지 여건 등을 자세히 열거한다. 그 중의 절정은 아내 바꿔치기였다. 야곱은 라반의 둘째 딸 라헬을 연모하여 14년이나 고난의 머슴살이를 감수했는데 원치 않았던 레아를 먼저 자신의 품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외에도 라반은 품삯을 열 번이나 속여 변경했으며 크고 작은 일들에서 야곱에게 극한의 노동을 요구했다. 이런 비인간적인 근로 조건과 부조리한 직장 상사의 교활한 책동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우월한 감성으로 모든 역경을 감내해냈다.

그러자 하나님은 라반과 야곱의 약속 대로 얼룩무늬나 점이 있는 숫양이 엄청나게 태어나게 만들어 주심으로써 야곱을 축복하셨다. 번성해지는 야곱을 박해하는 라반은 번성해지는 히브리 노예를 박해하는 파라오를 연상케 한다. 야곱은 밧단아람의 고단하고 거친 삶을 감당하면서 하나님과 맺은 벧엘의 약속을 기억하고 부모님과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갈 마음을 품는다. 아브라함의 후손인 히브리 노예들도 파라오의 채찍질 아래서 자신들의 조상과 맺어주신 하나님의 언약을 상기하고 가나안을 향했다. 세상에서 성도들을 낙담케 하고, 굴욕케 하고, 박해하는 모든 불의한 직장상사, 부조리한 근로 조건 등도 하나님의 성도 축복을 좌절시킬 수는 없다. 그들은 모두 우리에게 돌아가야 할 본향이 있으며 하나님이 지으시고 경영하실 성이 있음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맡은 조연들일 뿐이다. 

김회권 교수 / 숭실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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