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시대에서 통일시대로

[ 4인4색칼럼 ] 4인4색칼럼

이장로 장로
2014년 02월 05일(수) 16:12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한 마디가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에 폭넓게 퍼져있는 '통일 포비아'를 깨뜨리는 하나의 도전이고 역발상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기회로 보느냐 아니면 위험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박'이라 말할 수도 있고 '쪽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통일은 남한, 북한은 물론 주변 국가에 기회요인인 동시에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남북한의 분단으로 인한 현재 상황을 명확히 진단하고 다가오는 통일을 예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상황은 남북한이 아직도 이데올레기의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구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지고 냉전체제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민은 여전히 주체사상의 포로가 돼 있다. 남한은 '돈이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에 포로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념갈등으로 생긴 남남갈등은 다른 정책 이슈들을 결박하고 집어 삼키는 괴물이 됐다. 편가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솔직히 자기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고 소통이 안 되는 사회가 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남북한은 아직도 6.25 전쟁의 포로가 돼 있다. 6.25 전쟁으로 수백만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국토는 불타버렸고, 휴전은 됐지만 최근 연평도 포격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은 언제 또 무력도발을 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남북한 사이의 군비경쟁으로 국방 예산은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남북한 모두 의무징집으로 젊은이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은 남북한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남북한은 강대국들에게 둘려 쌓여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포로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옛날 만주대륙을 마음껏 활보하던 한민족의 기상은 찾아보기 힘들고 남북한은 섬나라처럼 갇혀 있는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후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에는 지금 해양세력인 미국과 대륙세력인 중국이 마주치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 형성돼 위험한 지역이 되고 말았다. 이런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이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은 독재정권의 포로가 돼 있다. 3대 세습 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인권은 유린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강제노역을 당하고 있다.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함정에 빠지고 외국의 원조 없이는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교회는 핍박을 받고 훼파되고 말살되어 한때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평양에서도 기독교 신자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런 포로상태에서 신음하며 구원의 날을 기다리는 7000만 명의 남북한 국민들이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우리를 포로에서 자유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울며 기도하는 소리를 듣는다. 한반도에서 포로시대를 끝내고 통일시대를 예비하는 일이야말로 한국교회를 향한 시대적 부름이다. 통일시대를 예비하는 것은 마치 기독교인이 천국을 예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통일시대를 예비하는 이 땅의 모세, 다윗, 느헤미야를 기대한다. 통일 한국이 자유, 정의, 평화, 복지, 사랑의 나라로 아시아에 등불이 되는 날을 고대한다.  

이장로 장로 / 고려대 교수ㆍ한국리더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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