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4년 02월 05일(수) 13:21

겨울왕국(크리스 벅/제니퍼 리, 애니메이션, 전체, 2014)

안데르센 동화 가운데 '눈의 여왕'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1845년에 나온 작품이다. 동명 제목으로 2005년과 2012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디즈니에서 '겨울왕국'이란 제목으로 각색하여 만들었다. OST인 'Let it go'는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 후보로 오를 정도가 되었다.

영화는 등장인물로부터 시작해서 원작과 많이 다르지만, 진정한 사랑만이 마법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시지는 동일하다. 원작과 영화 모두 진정한 사랑과 그 사랑이 가진 기적 같은 힘을 말한다.

영화의 중심 화두를 질문으로 표현한다면 이렇다. 모든 것 심지어 사람의 마음까지도 꽁꽁 얼게 만드는 마법을 풀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한쪽에서는 힘의 논리로 눈의 여왕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해결책은 아니었다.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해결책은 전혀 뜻밖의 사건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언니 엘사에게 상처를 입은 안나는 심장이 점점 얼어붙는 마법에 걸렸는데, 마법을 푸는 방법은 오직 진정한 사랑 밖에는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을 들은 안나는 자신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결혼하기로 했던 왕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엘사와 안나의 성을 자기 것으로 삼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한 안나는 이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동화 속 마법은 흔히 해결하기 힘든 문제 혹은 사악한 존재가 사용하는 힘에 대한 기호이다. 마법을 푸는 비결을 진정한 사랑에서 찾는 것은 동화적인 상상력에서 비롯한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본질이 사랑의 부재에 있고 또 문제 해결은 그 어떤 힘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라는 믿음이 반영되어 있다.

문제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이고 또 그것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지만, 도대체 그 사랑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어느 정도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라는 동화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나무꾼의 남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꾼 꿈을 극으로 엮은 것인데, 두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 떠났으나 결국 자기 집 새장에서 파랑새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겨울왕국'은 두 이야기를 다소 합성한 듯이 보인다. 왕국을 차지하려는 왕자의 공격에서 엘사를 지키기 위해 안나는 죽음을 무릅쓴다.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순간, 안나는 마법에서 풀린다. 곧 마법을 풀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자기 밖에서 찾으려 했으나, 그 사랑은 바로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에 있었던 것이다. 안나의 희생은 언니 엘사에게 깨달음과 용기를 주어 왕국에게 따뜻한 봄을 돌려주게 된다.

이즈음에서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엘사는 왜 성 밖을 나서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 숨어 지내야만 했고, 또한 겨울왕국에 스스로 갇혀 지내야만 했을까?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도 있었고, 동생의 따뜻한 마음도 충분히 느꼈을 터였다. 이 사랑은 그녀에게 아무 깨달음과 용기도 주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엘사는 스스로를 두려워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일 만한 공간도 없었다. 자기의 마법으로 모든 것이 얼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안나는 끊임없이 언니를 밖의 세상으로 불러내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언니에게 깨달음을 주면서 마침내 맘을 열도록 한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엘사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엘사는 안나의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힘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마법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한일서 4장 18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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