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인주 목사
2014년 02월 05일(수) 13:18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어릴 때부터 즐겨 듣고 부르던 찬송이다. 베버의 오페라 서곡에서 가락을 잘 활용한 가락이 가사와도 잘 어울린다. 이 가사를 만들어 낸 사연이 있다. 목사 부부가 먼 곳에 심방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모두 불에 타버리고 앙상한 숯더미가 되어 있었다. 두 아들이 서로 엉켜있는 채로 불에 타 숨져 있었다. 처절하게 울부짖다가, 겟세마네에서 기도하는 주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가사를 쓰게 되었다 한다. 410년 전에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을의 어르신이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흔 가까운 연세이신데.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에, 새벽기도를 마치자, 며느리가 근심하며 기도해 주길 부탁하였다. 어제 나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모두 걱정한다 하였다. 집안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었을 고달픔과 어려움도 그 부탁에 실려 있었다. 며칠 지나면서 카메라에 찍힌 행보와 조금씩 제보되는 목격자의 증언을 통하여, 어렴풋이나마 그날 그리고 다음 날의 동선이 그려지긴 한다. 이웃마을에 사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는데, 쉬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연휴기간에도 경찰관과 소방대원이 동원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살펴보았지만, 아직 그 행적이 묘연하다. 살아계시고 움직이고 있다면, 분명 그 흔적이 드러날 터인데, 밤의 어두움과 비바람, 그리고 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 것일까? 갑오년은 보기 드문 입춘의 한파와 함께 시작되고 있는데. 마을공동체의 신년제사에 해당되는 포제 기간이다. 어제부터 내일까지 사흘간이라 한다. 이곳의 오름을 수색하는 것도 행사가 끝난 다음에나 허용된다 한다.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새로 교회에 나오신다.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참석하여 예배드리며 적응하고 계시다. 역시 아흔이 다 되어가는 분이시다. 전에는 성당에도 다녀 보았다 하신다. 교회에 나오면 좋아지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어려운 일들이 새로 생겼다고 하신다. 혹여 실망하실까 봐서 조바심이 난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이야기를 몇 가지 말씀하시지만, 다 알아듣긴 어렵다. 시국 때 변을 당한 첫 남편의 영혼이 계속 나타나기에 괴롭다고 하신다. 제주 4ㆍ3사건의 처참한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 온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많은 귀신이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괴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우들이 함께 찾아와서 예배드려 주면 좋겠다고 하신다. 구역예배 모일 때에 함께 찾아가기로 하였다. 그 마음이 한결 평안을 찾으시길 바랄 뿐이다.

"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입원한 환자가 곧 나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병문안하고 예배 인도하면서 자신 있게 부르게 되는 찬송이다. 혹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잡은 가족들을 위로할 때도 염려하지 않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이 가사에 어울리는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일부러 다른 곡을 택하게 된다. 선택의 기로에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소망이 필요하다 생각하기에 …. 설령 일시적인, 거짓 소망이라 할지라도. 

김인주 목사 / 봉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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