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방법과 기술

[ NGO칼럼 ] NGO칼럼

권이영
2010년 09월 16일(목) 11:12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외국 저서로서 매튜 비숍과 마이클 그린이 쓴 '박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의 추천서문에서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무엇에 얼마의 돈을 쓰느냐 못지 않게 어떻게(how) 쓰느냐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능률과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는 기업경영의 접근도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즉 목적과 규모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필자가 10년째 봉직하고 있는 해비타트의 사회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가치가 크다고 느껴져서 간단히 정리해 본다. 

해비타트는 사회문제의 많은 부분이 가정생활에서 비롯되며, 가정생활의 안정과 번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집이라는 데 착안하여 설립되었다. 그리하여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한 해비타트의 방법은 다른 많은 단체들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해비타트의 방법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고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해비타트를 통해 지은 집에서 살 가정은 집주인으로서의 응분의 역할과 몫을 감당한다. 즉 '땀의 분담'이라고 하여 집을 지을 때 그 현장에서 정해진 시간 이상을 작업에 참여하며, 집의 원가를 장기(15~30년) 무이자로 상환한다. 이 상환금은 또 다른 가정을 위한 건축에 사용되므로 이를 '인류를 위한 회전기금'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해당 가정으로 하여금 치룰 것 다 치룬 떳떳한 집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적선을 받아 생긴 집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고, 자존심이상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 없이 '영구 의존'의 사슬에서 탈피하여,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아가 주택 상환금의 납부를 통해 '모두가 안락한 자기 집에서 사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해비타트 운동의 자랑스러운 동참자, 파트너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들 가정을 '홈파트너'라고 부른다.

해비타트 방법의 또 하나 특징은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해 입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홈파트너'는 물론,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하는 '후원파트너'와 건축현장에서 땀을 흘리거나 건축이나 운영에 관련된 각종 전문능력으로 기여하는 '자원봉사파트너'가 어울어져서 해비타트의 주선으로 사업을 성취한다. 이 '품앗이' 과정을 통한 사회통합과 화합의 효과는 크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해비타트는 여러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주택건축만 해도 다양한 기술과 관리의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건축회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주택상환금의 회수와 관리의 일이 상존하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같은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입체적 원리를 이해하고 공감하여 후원과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따라서 방법은 좋은데 앞서 말한 능률과 효과를 올리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중요하다. 물론 해비타트 조직내에는 건축은 물론 경제, 경영, 법률, 사회복지 등의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워낙 복잡다기한 일이기에 항상 숙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중에도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철한 박애정신과 업무역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상 요약한 해비타트의 방법과 이에 따른 경영 및 기술적 과제는 해비타트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과 그 동참자들을 위해서도 큰 도전이며,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때 우리 사회의 내실과 성숙도는 그만큼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권이영 / 한국해비타트 상임고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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