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함께 성찬예식을 못 하나요?"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1월 27일(월) 09:24

'기념설', '화체설' 등 교회마다 성찬 이해 달라
'사도적 계승'에 대한 접근의 차이도 큰 이유


그리스도인 일치주간을 맞아 지난 22일 목민교회에서 드린 그리스도인 일치주간 기도회는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정교회 등으로 갈라진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임을 확인하는 감격스러운 시간이 됐다. 하지만 이날 기도회에서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나누는 성찬예식이 진행되지 않았다. '다시 하나되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인 일치 기도회에서 성찬예식이 없었다는 점이 의아하지만 교회 역사를 알면 여전히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정교회가 일치를 위해 걸어야 할 여정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찬예식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로마 가톨릭은 사제나 주교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할 때 빵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성체)으로, 포도주는 예수의 피(성혈)로 실제 변한다고 믿는다. 바로 화체설이다. 정교회도 성찬예식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한다는 믿음에서는 로마 가톨릭과 유사하지만 '화체설'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꺼리는 편이다. 성공회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예수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에 임재한다고 믿는다. 반면 개신교에서는 교파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고 이를 기념하는 성찬예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성찬예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다름에 앞선 난관은 '사도적 계승'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장신대 임희국 교수(교회사)는 "로마 가톨릭은 베드로 사도를 시작으로 하는 사도적 계승이 있고, 정교회도 12명의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사도적 계승이 있지만, 개신교에는 인간을 통한 사도적 계승이 없다. 이 같은 사도적 계승의 다름이 결국은 '누가 성찬예식을 집례하느냐'로 이어지면서 함께 성찬예식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독교의 다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 속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는 교회일치에 대한 열망을 집대성한 'BEM 문서'를 만들어 냈다. WCC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1982년 1월 페루 리마에서 발표한 BEM 문서는 '세례와 성만찬, 직제'(Baptism, Eucharist, and Ministry)에 관한 문서로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교회, 정교회가 세례와 성만찬, 직제에 있어서 하나의 합일점을 찾아가기 위해 만든 연구 문서이다. 이 문서에 대해 이형기 교수(장신대 명예)는 "BEM 문서는 '성취된 일치'에 대한 문서가 아니라 '지향하는 일치', 다시말해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정교회가 함께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나온 연구 문서"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BEM 문서를 기반으로 만든 예식서가 바로 '리마 예식서'(Lima Liturgy)이다. 리마 예식서는 BEM 문서가 나온 이듬해인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WCC 제6차 총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예배에서는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가 기도를, 독일 가톨릭 주교가 성경봉독을 하고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성찬예식을 집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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