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이야기] ②러시아 정교회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1월 20일(월) 09:26

무슬림에 정복되지 않고 교회 꽃피우다

러시아 선교사와 장신대 교수를 지낸 남정우 목사(하늘담은교회 시무)는 자신의 저서, '개혁교회와 현재 에큐메니컬 시각에서 본 동방 정교회'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서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055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완전히 분리되고 1453년 동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동방 정교회 세계인 콘스탄티노플과 예루살렘, 안디옥과 알렉산드리아 대교구의 중심지였던 콘스탄티노플이 무슬림들에게 점령당한 뒤에 동방 정교회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추정되는 지도력을 가진 나라는 러시아 뿐이었다."

   
▲ 1990년 이후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 복구되면서 러시아 전역에 정교회 성당 복구 운동이 촉발됐다/기독공보DB

이 말은 결국 러시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정교회 지역들이 모두 무슬림의 손에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이 즈음 불가리아와 세르비아마저도 당시의 신흥 강자였던 오스만 제국에 의해 정복 당했다. 이들 정교회 국가들은 오스만 제국이 폐망한 1922년까지 과거 누렸던 종교의 자유를 제한 받았다. 그와중에 스스로를 '제3의 로마'로 지칭한 러시아에서 꽃피운 정교회의 역사와 전통, 예술은 긴 가뭄 속에서도 마르지 않았던 샘물과도 같았다. 고려대 석영중 교수는 저서, '러시아 정교'에서 "정교는 러시아어로 'Pravoslavie'라고 번역되는데, 여기서 'pravo'는 '올바른'을 의미하고, 'slavie'는 '영광' 혹은 '찬양'이나 '예배'를 의미한다"면서, "러시아인들의 종교는 '올바른 찬양'이었는데 그들에게 올바르다는 것은 한편으론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정교회가 종교와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아름다움'을 꽃피웠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했던 러시아 정교회는 1480년 200여 년 동안 지속돼 온 몽고의 통치를 이반 3세가 완전히 종식시킨 후 1589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승인을 받아 모스크바 대주교(Archibishop)가 총대주교(Patriarch)의 지위로 승격하게 됐다. 동방 정교회의 총대주교는 정교회의 고대 교구를 포함해 모스크바와 조지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만 있는 정교회의 최고 수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난의 종교로 역사에 기록된 정교회의 아픔이 러시아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러시아 정교회는 1917년 공산주의 혁명으로 러시아에 소비에트 연방이 수립되면서 신앙적 지도력을 상실하고 만다. 이후 러시아 정교회는 공산당으로부터 본격적인 박해를 받기 시작하는데 성직자들에 대한 테러는 물론이고 설교금지, 교회 파괴와 재산 몰수 등이 공산주의가 종식될 때까지 지속됐다. 그나마 당시 세르게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러시아 정교회의 존손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소련 정부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지지를 공식표명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지만 실질적인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게다가 공산주의 정권에 보인 순종적인 태도는 많은 신도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공산당의 핍박을 이기지 못해 해외로 탈출한 '망명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정교회가 자유를 얻은 것은 1990년 고르바초프의 주도로 소련 최고회의가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이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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