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요.

[ 상담Q&A ] 상담Q&A

이영옥
2014년 01월 15일(수) 09:46

Q.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요.

   

아들 : "어렸을 적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아버지께 매를 많이 맞았어요. 남자답지 못하다고 맞고 성적이 낮다고 맞았어요. 심지어는 커서도 당신의 뜻에 안 맞으면 직장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도 했어요. 어머니뿐 아니라 가족들도 대부분 아버지께 맞은 상처가 있습니다. 지금은 연세가 많아서 혼자 사시는데, 나에게 한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하기가 싫어서, 찾아보거나 돌봐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 :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느라고 바빴고, 또 내 식구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자주 폭행했고, 자식들에게도 큰 소리치며 혈기를 부리고 때렸지요. 그래서 지금 황혼이혼 당하고, 혼자서 쓸쓸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실, 나 역시도 부모에게 버림 받다시피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깊게 있지요. 그래서 내 마음 속에 분노가 폭발했나봅니다."

A. 중국 속담에 "각 가정마다 읽기 어려운 책이 한 권 씩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부유하고 명예나 권세도 제법 있음직한 가정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형제 간에 아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우스갯소리로 502호나, 303호나 똑같다는 말이다.

부모-자식 간의 세대 간 갈등문제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이고 상담실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부모대(代)-부부대-자식대의 3대가, 아름답게 어울려 사는 것을 보는 것은 참 희귀하고 행복한 일이다.

상담실에서는 자아상검사, 역기능 가정 검사, 또한 성인아이 검사를 하면서 자신이 자라난 원가족을 탐색한다. 역기능 가정은 순기능 가정의 반대말로 대화가 없고, 행복한 추억의 친밀감이 없고, 따뜻한 사랑이 없다. 또한 묵시적인 비밀이 많아서 남들에게 말하기를 꺼린다. 비난이나 폭력도 많기에 자존감이 낮고, 건강하지 못하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을 성인아이라고 하는데, 위축되고 열등감이 많고, 지나치게 맹종적이라서 중독현상이 많다. 술중독, 일중독, 심지어는 종교중독자도 많다. 어려서부터 억압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 일인지 분간하기 힘들고, 지나치게 남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다가 속임을 당하기도 한다.

역기능 가정은 성인아이를 낳고, 성인아이는 또 다른 역기능 가정을 낳는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르게 인식하고, 건강한 자아상을 세우기 위해 기도하고 교육과 상담, 결혼교육, 부모교육을 받으면서 노력한다면 새로운 순기능 가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일제시대와 6ㆍ25, 고난의 보릿고개를 겪은 부모세대 속에서 이런 일들은 쉽게 볼 수 있는 아픔이다. 이럴 때, 부모님이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아들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너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 네가 그렇게 아파할 줄은 몰랐다. 나도 사느라고 애를 썼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많은 잘못이 있었구나. 나를 용서해다오. 진심으로 너에게 용서를 빌고 싶구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를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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