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성당 그리고 사찰의 차이를 아십니까?

[ 법창에비친교회 ] 법창에비친교회

서헌제 장로
2014년 01월 15일(수) 09:44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드물게 기독교, 가톨릭, 불교가 대등하게 공존하고 있는 나라다. 곳곳에서 수많은 교회, 성당, 사찰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 간에는 교리나 예배 형식은 물론이고 사회법적인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우선 교회와 사찰을 비교해보면, 교회는 사단(社團)이지만 사찰은 재단(財團)으로 본다. 가령 'A교회'라고 하면 웅장하게 지은 교회건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A교회 교인의 단체'(사단)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단이 주인이 되어 교회 건물을 단체적으로 소유하며 법에서는 이를 총유(總有)라고 한다. 그러므로 사단의 구성원인 교인들은 교회 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만일 교회 재산을 처분하려면 반드시 교인총회(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비록 담임목사가 교회의 대표자이지만 교인총회의 결의 없이 교회재산을 처분하거나 관리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이에 비해 사찰은 법당, 요사채(승려들의 생활과 관련된 건물) 등 사찰이 보유한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단체(재단)가 주인이 되며, 재단의 대표자인 주지에게 사찰 운영과 재산의 처분관리권이 집중된다. 가령 'B사'라는 사찰의 주인은 B사의 승려나 신도가 아니고 재단인 B사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사찰에도 신도회가 있지만 대부분 친목회 성격에 그치고 사찰 재산의 관리나 처분에 관여할 법적인 주체는 되지 않는다. 

이러한 교회와 사찰의 법적 차이는 재산이 형성된 과정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즉 사찰 재산은 대부분 수백년에 걸쳐 우리 조상들의 시주나 국가에서 기증된 재산을 기초로 하므로 현재의 신도가 주인이 될 수 없고 주지를 대표자로 하는 사찰 자체(재단)에 그 운영과 관리가 맡겨져 있다. 그러나 선교 역사가 짧은 교회는 교회 재산이 대부분 현재 교인들이 헌금으로 조성해 놓았다는 점에서 교인들의 단체(사단)를 그 주인으로 보는 것이다. 때문에 교회 분쟁은 대부분 교인들이 양분되어 어느 편이 교회 재산을 차지하느냐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사찰분쟁은 신도들 간의 분쟁은 거의 없고 누가 사찰의 주지가 되느냐에 모아져 있다. 

한편 성당의 경우에는 아예 사단 또는 재단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가톨릭에서는 성당 단위의 지교회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성당 재산은 모두 교단에 귀속되며 신도들은 성당 운영이나 성당 재산에 대해 어떠한 법적 권리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는 가톨릭은 "교회란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머리로 하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곳에 존재한다"는 일원적 교회관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 교회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산 분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이 세속법적 관점에서 볼 때, 교인들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성당이나 사찰에 비해 교회가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해 수많은 재산 분쟁이 발생하고 목사님들이나 장로님들이 자주 법정의 문을 드나드는 것을 보면서 과연 교회를 사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서헌제 장로 / 중앙대법대 교수ㆍ들꽃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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