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살리는 '온고지신'

[ 미래세대를 살리는 신앙교육 ] 미래세대를살리는신앙교육

김도일 교수
2014년 01월 15일(수) 09:25

미래세대를 살리는 일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변혁을 말하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전통은 버리는 것을 연상하기 쉽지만 사실 전통을 잘 이해하고 지혜롭게 활용하면 변혁을 추구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통찰을 준다. 바로 '창고에 들어가 옛것을 가져다 새롭게 활용한다'는 의미다.

정약용 선생님의 제자 황상은 비록 중인의 자제라서 높은 벼슬을 지내지는 못했으나 스승의 뜻을 따라 평생 학습자로 지낸 이로 당대에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알려질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다. 그는 자주 송나라 시인 육유라는 사람의 시를 받아쓰는 일을 자주했다고 전해져온다. 그의 나이가 칠십이 넘었을 때도 육유의 시를 베끼고 또 베끼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학자들이 비웃었다고 한다. "뭣할려고 남의 시나 베껴쓰고 있나?"하고 사람들이 비웃으면 그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너네들은 모른다. 어떤 방면의 대가의 글을 베끼고 또 베끼다 보면 어느 순간 내것이 나오게 되는 거다. 선생님은 내가 베끼다가 깜박 졸기라도 하면 에헴! 하시며 언짢은 표정을 하실거다." 결국 황상은 창고에 들어가 옛것을 가져다가 베껴쓰고 또 베껴쓰다가 자신만의 창조적인 시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미래세대를 살리려면 과거에 훌륭한 선배들의 업적을 잘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약용 같은 큰 학자가 앞으로 천년 동안 다시 나올지 기약이 없다. 그는 20년 동안의 유배생활 동안 약 500권의 책을 지을 정도로 엄청난 집필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책은 대부분 탄탄한 이론을 기초로 하였지만 실생활에 적용이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그가 저멀리 땅끝마을까지 유배를 갔을 때의 이야기다. 그곳에 가서 보니 정약용 선생의 정기가 느껴졌다. 그는 남해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허름한 집에 거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할 때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들어 복사뼈 근처의 바지에 구멍이 몇 번씩이나 뚫어졌다는 일설이 있을 정도다.

그는 해변가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어부들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궁리한 나머지 오늘날의 어류백과사전과도 같은 어보(御寶)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잡
   
 
히는 물고기의 모양을 붓으로 자세히 그리고 각 물고기들의 특성을 상세하게 적어놓고 언제 그런 물고기가 잡히는지 까지를 적어놓은 실로 실질적인 자료집을 발간했다. 참으로 대단한 실학정신을 가진 이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런 노력은 실로 미래세대를 살리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었다. 우리도 정약용처럼, 황상처럼, 옛것을 가져다가 오늘과 미래의 세대들을 위하여 헌신하게 되면 수많은 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도일 교수 / 장신대ㆍ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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