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뎀 디자인(Let them Design)'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홍지연 교수
2014년 01월 09일(목) 10:22

새해 벽두부터 인터넷을 달군 학벌로 인한 차별이 수치로 입증되었다는 뉴스는 많은 교육관계자들을 슬프게 만든다. 그것도 역동적이고 활기찬 말의 상징인 청마의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꿈이 무엇인지, 성공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면 '돈 많이 버는 사장되기'가 성공이고 '일류 대학 입학'이 꿈이라고 답하는 어리고 젊은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한 지경에 이른다.

방법이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일류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고, 돈 많이 버는 사장이 될 수도 있다. 일류대학 입학과 사장님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면, 입학한 후에, 사장님이 된 후에는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는지 따져보면 더욱 암담하다. 이것은 크게 교육에 관한 두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첫째, 교육을 보이는 교육으로만 한정지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부모와 가족들, 그리고 환경에서 배우는 보이지 않는 교육이 책상에 앉아서 하는 교육보다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가치 있는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둘째,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보다 교육의 결과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원하고 바라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 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과정이 불필요한 것이었으며, 완벽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요즘 '밴드'라는 SNS 형식이 동창들을 불러 모으는 도구로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동창들과 SNS으로 수다를 떨다보면, 어떤 선생님이 무엇을 가르쳤는지 기억하는 친구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무심하게 툭 내뱉었던 말 한 마디로 상처를 받아서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을 접었다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 그 반대 현상도 제법 발견한다. 별 뜻 없이 어깨를 토닥이며 건넸던 선생님의 격려와 위로가 자기 인생을 바꾸어놓았다는 친구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가출을 감행했던 친구들도 고백한다. 어머니의 태도,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집을 나갔었다고 말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 자기 자녀를 교육하는데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결국 교육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고, 여러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는 무서우리만치 중요한 사실을 입증한다. 그래서 교육은 보이지 않는 과정에 따라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처가 집권하던 당시의 영국은 고질적인 사회 전반의 걸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대처 수상이 그 때 모든 각료와 행정가들에게 요구한 것은 'Design or Resign (디자인하든지 사임하든지)'였다. 가정의 부모와 현장의 교육자들에게도 동일한 주문을 하고 싶다. 자녀와 학생들의 꿈을 디자인하든지 아니면 부모와 교육자 자리를 떠나든지! 자녀의 꿈을 하나로 몰아가는 부모가 너무 많다. 학생들의 가진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내고 디자인하기보다 사장시키고, 책망하고, 열등의식을 갖게 하는 현장 교육자들 역시 많다. 자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권한다. '웬만하면 부모 노릇 그만하고 본인 인생이나 열심히 사세요~'라고 말이다.

교육의 현명한 답은 간단하다. 아무 때나 부모와 선생이라고 자녀들과 학생들 인생에 끼어들어 가타부타 훈수 두지 말고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 자신의 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은 저절로 멋진 과정을 거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저 어른인 우리들이 할 역할은 끝까지 그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뿐이다. 2014년, 나부터라도 실천해야할 일은 바로 'let them design!'이다.

홍지연 교수 / 경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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