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기독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평

[ 제15회 기독신춘문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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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08일(수) 15:39
"개를 의인화한 우화적 표현 노래극 형식과 잘 조화,
공연을 위한 희곡, 교회 무대에 올려지길 기대"
 
   
올해는 응모작은 적었으나 사실주의적인 정극, 성경극, 우화극 그리고 노래극 등 소재나 형식은 다양해졌다. 글쓴 이들의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으며, 몇몇 작품은 상당한 수준의 극작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에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점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출한 작품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무대화 과정의 여러 기술적인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짧은 단막극에서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어 세트, 의상, 소품 등의 전환이 어려워지는 문제 같은 것이다. 둘째로, 단막극으로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러닝타임 30분 안팎의 작품에 열 명이 넘는 인물들이 나온다면 극의 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등장인물을 최소화하고 압축, 상징, 비유 등의 기법을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셋째, 잘 알려져 있는 성경 내용을 친절하게 풀어내는 작품들은 그 노력에 비해 희곡으로서의 장점을 갖기 어렵다. 왜냐하면 희곡은 사건의 설명보다는 그 내면의 의미를 형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채경원'은 시어에 가깝도록 절제된 대사와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세련된 구성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작품 속에 숨어있는 은유들이 어떤 기독교적 의미를 갖는지 모호하다는 약점 때문에 안타깝게도 선에 들지 못했다. 작가의 정진을 바란다.
 
가작으로 뽑힌 '게바'는 성경의 소재를 능숙한 솜씨로 희곡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주인공을 베드로와 게바로 나눈 설정도 신선했고 개의 의인화를 통한 우화적 표현이 노래극이라는 형식과 잘 조화를 이뤘다. 자칫 뻔할 수 있는 내용을 소수의 코러스를 도입하여 그대로 압축한 것도 돋보였다. 다만 전개부까지의 강한 극적 몰입도가 종결부로 오면서 오히려 약화되는 점이 아쉽다. 베드로의 처절한 고뇌와 회한, 구원받은 자의 감격, 그리고 십자가에 거꾸로 달리는 순교, 그 절정으로 치닫은 상승감이 강조되었으면 어땠을까? (물론 작가의 과도하지 않으려는 객관적 시각은 또 하나의 덕목이 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희곡은 연극의 시발점이고 연극의 종착점은 무대다. 희곡이 진정한 의미를 획득하려면 공연을 통해서 관객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마다 선에 든 작품들을 그냥 사장되도록 버려두지 말고 교회들이 눈여겨 봤다가 알맞는 절기에 공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시도가 극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창작의 뚜렷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최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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