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관계맺기? 커피가 '딱'

[ 문화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1월 03일(금) 14:30
   

작가 이상은 1933년부터 '제비다방'을 비롯해-비록 개업과 동시에 문을 닫기는 했지만-인사동에 카페 '쯔루'와 광교 근처에 다방 '식스나인'을 개업하며 당대 내로라 하는 문화 예술인들의 집합소 역할을 자처했다. "커피에 거의 인이 박힌 듯하다"고 말할 정도를 커피를 즐긴 '메밀꽃 필무렵'의 이효석 작가도 낙엽 타는 냄새를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며 커피 사랑을 드러냈다. 이들 외에도 랭보 헤르만헤세 헤밍웨이 빈센트 반 고흐 프란츠 카프카 …, 너도 나도 커피 예찬을 펼치며 그들의 삶과 일상에서 커피 사랑을 표현했다.
 
도대체!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커피의 '검은 쓴맛'은 홀로 깊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고독함'은 물론, 커피 한잔과 함께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성'에 있다. 커피 한잔과 함께 너와 내가 나이와 성별, 빈부의 격이 없이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관계가 된다. 커피는 그 모든 것들과 바로 '나'를 묶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교회'에 '카페' 하나 쯤은 기본인 교회 내 커피문화의 일상화를 살아가는 요즘, 교회카페가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관계를 넘어 교회와 지역과의 나눔과 소통을 통한 새로운 '관계맺기'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운영을 필요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총회 문화법인(이사장:지용수 사무국장:손은희)은 커피의 전문성을 살리고, 커피를 매개로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관계맺기를 제안하는 '교회 홈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총회 문화법인이 주최하고 신청한 교회가 주관하는 바리스타 교육은 4주간 총4강으로 진행되며, 지역주민과 교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삶의 터닝포인트' '삶의 고난을 넘어서' '삶의 다양한 맛과 향' '내 주위의 이웃' 등 수강생과의 나눔 메뉴얼부터 강사섭외, 수업 일정표, 사업세부내용과 예산안까지 문화법인이 교회 규모와 상황에 맞춰 제공하며, 지역주민과의 적극적 소통법 제시, 커피를 매개로 한 문화콘텐츠 발전안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과천교회(주현신 목사)는 제4기 교회 홈바리스타 교육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 2, 3기 수료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일주일만에 마감된 이번 강좌에는 16명의 수강생들이 등록했다. 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 주민들도 함께였다. 첫날, 담당 교역자인 김창환 목사는 "교인과 교인이, 교인과 지역주민이,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이 공간에서 소통되는 모든 이야기들과 나눔들이 누구의 전유물로서가 아닌 우리가 함께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며 나눔을 시작했다. 수강생들은 서로 얼굴을 읽히고 앞으로 4주 동안 매주 토요일 3시간의 만남을 통해 커피 로스팅부터 핸드드립 실습, 홈카페 기구 실습 등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다.
 
수료를 마친 수강생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도 좋다"는 입장이다. 매주 토요일 3시간의 만남동안 이들은 커피를 매개로 삶을 나눈다. 고난을 나누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커피 한잔과 정을 나누고 기억을 쌓아가는 이들은 커피의 '독함' 대신에 커피의 '달콤함'에 매료되었고 인연의 끈을 맺게 된다. "교회를 알리고 싶어서 홈바리스타 교육에 지인을 초대했다"는 교육생은 "교회에 가자면 무조건 거부감부터 들기 마련이지만 커피 배우러 가자고 하면 자연스럽게 교회를 소개할 수 있다"면서 "목사님과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한달동안 매주 만나고 교제하다보면 서로 친해지고 관계가 돈독해진다. 이들은 교육을 시작하는 순간 복음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바리스타 교육은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천교회의 경우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커피동호회'를 조직, 홈카페를 운영하거나 커피를 매개로 인문학 강좌, 독서토론회, 서예, 레포츠 동아리 등으로 확대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커피를 매고 교회 카페 안에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아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홈카페를 운영,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교회 자체적으로는 '커피선교회'를 조직, 연말 새가족 잔치나 기관장 모임, 성탄절 음악회 등 교회의 다채로운 행사에서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천교회가 교회 문턱을 낮추고 지역주민과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언제나 쉼터 공간을 제공하고 그 곳에 마련된 홈카페 기구로 커피를 내려주고 자체적인 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과천교회를 시작으로 번동제일교회 선사교회 염산교회 한소망교회 예능교회 등에서 교회 홈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된다. 선사교회는 지난해 한차례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학부모를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했었고, 그 결과 2명의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예능교회는 교육을 통해 교회 카페에 청년들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회 홈 바리스타가 갖는 가장 큰 차별성이 바로 그것이다. 손은희 국장은 "교회 홈 바리스타 교육은 바리스타의 기능적인 교육과 철저하게 구별된다"면서 "기능이나 기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커피를 통하여 종교적인 색채가 없이 성경적 메시지를 적용함으로서 일반 교인이나 주민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이 제시하는 메뉴얼을 통해 단계적으로 그리스도 복음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구성을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문화법인의 교회 홈바리스타는 지역사회의 소통을 위한 키워드로서의 커피"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홈 바리스타 교육은 오감을 활용한 전도법이다. 시각 미각 촉각 청각 후각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오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번 만나면 잊혀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커피와 복음이 어우러져 사람과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직접 물을 내려 커피를 뽑는 핸드드립 커피의 최대 장점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다.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커피를 마실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면 기계가 뽑아내는 커피의 맛과는 다른 깊은 향과 맛을 낸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기다림, 상대를 향한 마음의 깊이에 따라 커피의 맛이 천지차이가 나듯 교회의 작은 관심이 내 교회를 내 이웃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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