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종교인 납세, 세상과 달라야 한다

[ 교계 ]

김태영 목사
2013년 12월 30일(월) 14:35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후로 지금까지 65년 동안 종교인은 면세 혜택을 받았다. 관습법도 법이기에 가끔씩 조세형평을 주장 할 때 마다 도마에 오르긴 했으나 과세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에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종교인도 납세할 때가 되었다'며 다시 시동을 걸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2013. 11월에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여 과세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하고 대통령이 시행령을 발표함으로 2015. 1. 1부터 정식 시행될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리고 12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위원장:나성린)에서 종교인 과세법안을 논의한 결과 과세에 대한 취지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소득항목과 과세방식 등 세부사안에 이견이 있어서 '정부와 종교계, 정치권이 추가로 협의해서 합의함을 전제로 내년 2월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보류' 되었다.
 
1. 65년간 왜 정부는 종교인(목사, 신부, 승려 등)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았는가?
 
헌법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 된다.' 또한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무를 진다'고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종교인은 성역처럼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 왜냐하면 국민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게 하려면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국가가 조세 권력을 종교에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으며, 또 성직자 중에 일부 자진 납부를 했다. 비록 종교인이 정기적으로 사례비(생활비)를 받기는 하나 고용주에 고용되어 지급받는 급여나 노동을 제공하고 삯을 받는 것과는 다르게 보았다는 의미이다.
 
그 만큼 종교인이 하는 영적, 정신적 일을 국가나 사회가 가치 있게 평가 하였다.
 
2. 갑자기 왜 '종교인 과세'를 하려는가?
 
물론 조세형평이나 납세의무 혹은 '수입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새 정부의 복지정책 재원 확보를 위하여 과세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종교계의 불미스런 사건들이 빌미를 제공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를 보면 목회자들의 일탈, 전횡, 불륜, 횡령, 분열, 다툼, 사기, 교회세습, 안하무인격인 전도방법, 권력에 줄서거나 집권당의 2중대 역할 등 이런 수준 이하의 일로 사회로부터 불신을 당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러한 종교인들에게 굳이 면세 특혜를 줄 필요가 어디 있으며 신성봉사와 물리봉사의 차이점도 없으며 오히려 종교계의 투명성이 종교 활동에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한다며 이 기회에 과세해야함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은 일부 성직자들의 일탈이 부메랑이 되어 자업자득한 셈이다. 교계의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3. 종교인 '기타소득' 시행령의 문제점
 
아무리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 시행령으로 2015. 1. 1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여도 그것만으로 과세할 수는 없다. 헌법 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서 정한다'라고 규정되었다. 이른바 우리나라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률로 정해져야지 시행령은 다분히 위헌요소가 있다. 그리하여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야당과 협의하여 국회에서 입법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복지재원이 필요하다 하여도 입법을 논의하기 전에 당사자인 종교인들과 충분한 합의와 납세준비 기간 등 여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너무 졸속으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하여 100분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하여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만 일률적으로 22%(주민세 포함)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예컨대 월 100만원 사례비를 받으면 매월 4만 4000원(면52만 8000원)의 세금을 내어야 한다. 년 2회 자진 신고하고 또 종합소득 신고로 일부 환급 장치를 논의 중이라고 하나 기타소득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4. '기타소득'의 대안으로 소득 조항에 '종교인 소득' 신설 안
 
소득세법에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이 있는데 그 중에 제21조의 기타소득은 상금, 포상금, 복권, 저작권, 원고료, 예술 창작품, 강연료 등 그리고 정부에서 종교인에게 과세하려는 '사례금'도 있다. 목회자는 일시적으로 사례금을 받지 않고 매달 정기적으로 생활비조로 사례금을 받으나 약80%는 과세점 이하인 월 100만원 정도 사례비를 받는다. 신부들은 스스로 근로세를 내지만 가족 없이 혼자 성당으로부터 숙식을 제공 받으므로 사례비가 많지 않으므로 거의 세금이 없으며, 승려들은 출가하여 사찰에서 생활하므로 개인소득이 별로 없다. 그러나 목회자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 교육을 시키는 등 생활비가 만만치 않으나 대다수 미자립교회ㆍ개척교회 이거나, 겨우 자립하는 수준이다. 국가에서도 종교인 세수가 100억~1000억 예상할 정도로 국가예산의 0.1%도 안 된다. 그러나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며 작게 받는 이는 연 50만원 과세로 어려움 중에 더 어렵게 되고, 1억원 이상의 고액연봉 받는 이(1%추정)는 근로 소득자에 비해서 과세금이 아주 낮으므로 또 다시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종교인 소득'을 신설하여 목회자도 납세 의무를 지되 국가가 고유영역을 인정하여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며,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은퇴자들이 극빈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법적 안전망도 세워주길 바란다. 아울러 목회자가 주택지원비, 차량유지비, 교육비 등을 받고 있으나 이것을 소득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 그것은 목회활동을 위한 공적비용이다. 도지사, 시장도 공관 사용비나 차량유지비를 개인월급으로 내지 않으며 과세하지 않는다.
 
5. 납세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의 속마음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은 만고 진리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면세혜택에 감사하고 이제라도 납세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왜 반대하는가? 과세를 빌미로 조세권력 즉 국가 권력에 의해 종교가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분쟁이 있는 교회나 목회자를 불신하는 교인들이 세무당국에 투서를 하거나 고발을 하게 되면 조세권을 가지고 세무사찰 하거나 교회를 무력화 시킬 수 있기에 염려한다. 그렇잖아도 종자연이나 이단들이 기성교회 목사들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공격하는데 세무사찰까지 받으면 교회 공신력이 다시 추락하고 심하면 교회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기에 아예 과세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종교계가 돈 세탁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고 한다. 과세를 하되 정교분립과 종교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법적 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재정 시스템은 타종교와 달리 해마다 예결산이 교인들에게 공개되며 교인들의 결의에 의하여 집행 된다. 그럼에도 일부의 일탈을 전체 교회로 보편화, 산술화하면 안 된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개정이나 폐기가 어렵다. 국회나 정부 관계자들이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와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하여 과세 대상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시행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기간도 주었으면 한다. 종교계 과세라고는 하지만 이 법은 기독교 목회자들이 주 세원이다. 이미 자진 납부하는 목회자가 있듯이 교단마다 차이점이 있지만 교계도 시대에 역행하지 말고 국가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김태영 목사(백양로교회,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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