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눈물을 마음에 담아

[ 대학로 행전 ]

오동섭 목사
2013년 12월 20일(금) 09:33
창립2주년을 지나며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본다. 지금까지 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늘 동역자로 친구로 조언자로 묵묵히 함께 해준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이 있다. 교회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짧은 2년 시간이지만 뼈저리게 경험했다. 사역을 하며 심한 경제적인 압박으로 가슴이 조여 들기도 하고, 정신적인 압박감과 누적된 피로에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도 했다. 양육으로 성도들이 세워지는 기쁨과 보람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성도를 생각할 때 마음에 깊은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목회의 희로애락의 짧은 경험하면서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시고 이끌어 가심을 새롭게 깨달으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문득 교회를 시작하기 전에 꾼 꿈을 떠올려본다. 개척을 준비하던 지난 7월 어느 날,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꿈을 꾸었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고 꾸었다고 해도 그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날의 꿈은 너무나 선명해서 방금 일어난 일처럼 지금도 생생하다. 꿈속에서 나는 높은 곳에서 아래의 어떤 장면을 내려 다 보고 있었다. 작은 물줄기 두 가닥이 합쳐져서 한 우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물이 없는 나라였는데 이 나라 사람들이 물줄기를 만든 것입니다." 점점 가까이 내려가서 보니 작은 시냇물처럼 보였던 그 물줄기는 두 줄기의 큰 강이었다.
 
두 개의 강은 그 나라 사람들이 만든 거대한 우물에서 만나 엄청난 소리와 함께 우물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고 폭포수같이 떨어지는 그 강물이 넘쳐흘러 그 나라의 메말랐던 논과 밭 곳곳으로 퍼지며 기름지고 아름다운 땅으로 바뀌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후 기분이 매우 좋았다. 혼자 생각에 '예지적인 꿈일까? 그 물은 에스라의 성전에서 넘쳐흐르는 물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단순히 나의 무의식이 의식을 격려하는 것인가?' 두 줄기의 강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개척을 앞두고 하나님이 주신 의미 있는 꿈이라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로 지도를 살펴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꿈에서 본 두 줄기 강과 우물의 형상이 지도 속에 있었던 것이다. 혜화동 로타리에서 서울과학관 쪽으로 뻗은 도로와 마로니에공원 쪽으로 뻗은 도로의 모습이 꿈에서 본 두 강의 방향과 흡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 부여일지는 모르지만 지도를 보면서 이 두 도로가 꿈에서 본 두 강줄기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흘러 대학로 곳곳에 새로운 영적인 흐름이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라는 사명으로 '도시선교사'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사역했던 2년. 사실 누구에게 사역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사역에 괄목할 만한 성장이나 많은 열매들이 있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다. 그저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시도이다. 교회를 향한 비판적인 소리가 높아지고 교회의 영향력이 흐려지며 복음의 능력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새로운 방법이 아닌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더 많은 고민과 아픔과 헌신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로를 향하신 하나님의 눈물을 마음에 담아 그 마음이 삶이되고 사역이 되어 이곳에 길을 내고 힘차게 흘러가길 소망한다. 미와십자가교회는 주님과 함께 올라가는 길이 아닌 내려가는 길을 걸으며 때로는 힘겹겠지만 산소망으로 뚜벅 뚜벅 한 걸음씩 순례의 길을 걸을 것이다.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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