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도 희망을 노래하자

[ 교회와 함께 만드는 學暴 없는 세상 ] 폭력없는세상

문재진 목사
2013년 12월 19일(목) 16:55

학교가 위기라고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청소년과 관련된 사건을 주로 재판한 천종호 판사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초, 중, 고 학생의 23.9%인 177만 9871명이 위기학생에 해당하고, 그중 4.5%인 33만 5122명이 고 위기학생에 해당한다고 한다. 위기학생이란 과거에는 위험행동이나 문제행동을 저지른 학생을 가리켰지만, 지금은 자존심, 또래의 지지, 학교에 대한 흥미 등이 없어 위험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학생도 포함시킨다. 그런 위기학생이 한 학급당 5~6명, 일반적인 의미에서 비행소년에 해당하는 고 위기학생이 한 명꼴로 존재한다."
 
지금 학교의 상황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청소년 관련 세미나를 진행할 때 참석했던 천 판사는 "학교폭력은 일반 폭력과 달리 발생하는 원인, 진행, 결과에 따른 행동에 다른 점이 많다.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쾌락 추구 수단이거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성적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적응에 실패한 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은 좌절감과 답답함, 막연한 분노 속에 비슷한 친구들끼리 어울려 잘못된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사소한 일탈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발전하고, 폭력을 멈추지 못해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비행세계에 깊이 빠져버리는 소년들도 많이 보아왔다"라고 했다.
 
폭력은 사소한 일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폭력에 한 번 길들여지면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폭력은 그 무엇보다도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 앞에서 눈치보며 굽신거리는 아이들 앞에서 권력처럼 누린 폭력은 일종의 쾌감이 되기 때문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교폭력은 가해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갈망이 밑바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건전한 바람은 죄에 의해서 왜곡됨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학교폭력이 늘어나고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데 교회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적을 수 있을까?
 
학교폭력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학교폭력은 예전과 너무 다르다. 학교폭력이 점점 집요하고 비인격적이고 집단성을 띠며, 흉악하고 잔인하다. 개별적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담해보면 어디서 저런 폭력성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하고 착하다. 이것이 또래의 집단 폭력문화를 만나 패거리화되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 청소년문제는 나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다. 그리스도인들이 고민해야 할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교회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학교공동체에 속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폭력 속에 내재해 있는 심각성을 교회는 무시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어도 이곳이 아닌 여전히 저곳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아이들의 모든 일상사를 안고 간다. 우리가 그것들을 고칠 수는 없지만, 학교폭력으로 가려졌거나 지워져버린 삶의 아픈 부분들을 치유하거나 예방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보다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더 크다. 가해 학생들과 마주치거나 보복이 두려워 전학을 한다. 학교폭력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학교측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쉬쉬하며 덮으려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폭력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을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간다. 자신이 경험했던 폭력이 그 사람 인생의 한 부분이 되는 셈이다.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고 새롭게 서게 하자. 벼랑 끝에 서 있었던 아이들은 말한다. '내 말을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러진 않았을 거예요.'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교회가 되자. 학교폭력을 줄이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진 목사 / 마중물교육공동체ㆍ일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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