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위기 동대문교회, 근현대사 寶庫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2월 16일(월) 15:39
서울시, 유네스코 등재 위해 교회 철거 불가피 vs 교인들, 문화재 지정 위해 역사적 가치 높은 시설 철거는 NO
 
   

동대문 맞은편 언덕에 터를 잡은 뒤 124년 동안 선교와 교육, 봉사의 사명을 감당해 온 기독교대한감리회 동대문교회가 '동대문 성곽복원 공사'의 일환으로 철거될 형편에 놓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동대문 성곽복원공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교회 철거를 추진해 왔다. 그동안 '철거냐', '존치냐'를 두고 논란을 빚어오던 동대문교회는 서울시와 동대문교회가 토지 수용을 결정한 뒤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동대문교회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과연 조선시대 성곽 복원을 위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동대문교회를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동대문교회를 철거한 자리에 잔디광장과 휴게소, 정자 같이 성곽 자체를 복원하는 일과는 관계가 먼 시설이 들어온다는 점도 철거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동대문교회는 한국 근대사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선교와 의료, 교육사역이 현재 동대문교회 부지에서 모두 이뤄진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이었던 보구여관도 동대문교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동에 위치해 있던 보구여관은 1892년 동대문교회 자리에 동대문 분원을 설치하고 이름을 '볼드윈 시약소'라고 지었다. 바로 이 보구여관 동대문 분원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시초가 됐다. 동대문교회는 1900년대 초반부터 교회 안에 '신군야학'을 설립하고 민족정신을 함양해 왔다. 1923년 임시정부 의열단원으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던 김상옥 의사도 신군야학에 다니면서 지적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감신대 이덕주 교수는 "동대문교회 부지는 우리나라 선교 초창기 감리교 선교부의 '동대문 스테이션'으로 사용됐다"면서, "기존 정동 스테이션보다 훨씬 서민적이고 가난한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복음과 의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던 곳이 바로 동대문교회라고 보면 된다"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동대문교회 철거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인들이 지고 있다. 동대문교회 앞 노상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동대문교회 역사보존추진위원회는 철거의 타당성을 공개 토론을 통해 따져 보자고 요청하고 있으며, 철거가 철회될 때까지 촛불예배와 노상예배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반면 소속 교단에서 출교처분을 받은 서기종 목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임시로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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