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가까이 하는 것이 축복

[ 교계 ]

정운애 원장
2013년 12월 16일(월) 10:55

오고가는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젊은 청춘들은 손을 잡고 주 나심을 축하하며 추억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에선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 위하여 김장을 담가서 연탄과 함께 독거노인에게, 한 부모 가정에게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소식들이 이곳까지 전해져 온다.
 
우리시대의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에 자식들을 키워내시느라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살아오셨고 지금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봐 소리 내지 않으며 힘겹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작은 것이지만 따뜻한 사랑을 받고 기뻐하며 감사하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온 식구가 한겨울 동안 먹어야 할 김장은 많이 했던 것 같다. 김장을 끝내고 연탄까지 창고에 들여놓으면 부자라도 되는 냥 기뻐하시며 흐뭇해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산동네의 어르신들도 김장 김치를 한 아름 받고 고마워하며 소리 없는 웃음을 지어내는 모습에 한 세월을 살아낸 굵은 주름이 고귀하기만 하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김치 한포기가 연탄 몇 장이 추운 겨울을, 남겨진 시간을 이겨낼 힘과 용기가 되어 줄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진다. 시대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으며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사라지는 이웃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우리 쉼터에서도 월동을 준비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김장을 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김장 김치가 들어오긴 하였지만 매일 30여 명이 먹어야 하는 밑반찬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온 식구가 거들며 김치를 담근 것이다. 여수 인근 바다에서 잡은 멸치로 담근 멸치액젖, 싱싱한 새우젓깔 속 재료로 빠질 수 없는 돌산 갓까지, 또 모두의 솜씨가 보태졌으니 맛있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가히 환상적인 맛을 내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늘 받아왔던 우리지만 쉼터에 왔다가 독립해서 살고 있는 이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 우리의 사랑과 함께 여수 바다를 품은 김치를 전해주었다. 어려워도 힘내시라고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억 날 때마다 기도하고 있다고 당신은 복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나니 참으로 뿌듯할 수가 없었다. 사랑은 가지는 것이 아니고 비워야 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머무는 우리 쉼터식구들이 기한이 다 되면 독립을 준비해 나가든지 부부상담이 잘 이뤄져서 가정으로 복귀를 한다든지 또 다른 길을 준비한다든지 여러 길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녹녹하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고 또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서 여기까지 왔을까?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가까이 함이 복임을 깨닫고 믿음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복 있는 자들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이 되는 가정이 회복되고 부부관계가,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회복되어 가정에서 천국이 이뤄지는 복이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지금까지 기도와 물질로 섬겨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계속적인 기도와 사랑을 보내주시길 바랄 뿐이다. 생명을 살리는 이 일은 기도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주의 자비와 긍휼이 풍성하시길 바라며.

정운애 원장(여수여성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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