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일 속에 기쁨이 있다

[ 교계 ]

이호잣 목사
2013년 12월 13일(금) 15:13
대림절 기획 4.  

외국인 근로자의 신분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이 1993년이었다.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의 나라인 이란에서는 당시 해외근무가 붐을 이뤘다. 대부분은 유럽으로 향했고 일본도 인기를 끌던 나라 중 하나였다. 지도를 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나라가 '한국'이었다. 큰 나라 중국과 부자나라 일본 사이에 놓인 한국. 난 왠지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주님의 인도하심이었다. 일생 동안 몸 담았던 이슬람교를 내려놓고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고 목사까지된 지금 돌아보면 과연 그때 내가 친구들을 따라서 유럽이나 일본으로 갔었다면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감사의 기도가 넘치는 요즘이다.
 
한국에 와서 처음 취직한 공장은 경기도 광주의 스폰지 제조업체였다. 이곳에서 3년을 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는 많은 아픔과 설움을 두루 경험했다. 한국의 사계절도 낯설었고 문화며 음식, 어느하나 편한 게 없었다. 물론 말도 한마디 못하던 시절이었다. 어려운 중에도 고향에 돈 벌어서 돌아가기 위해선 일을 해야 했다. 스폰지 공장에서 시작한 나의 외국인 근로자로서의 삶은 돗자리 공장과 합판 공장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인쇄소에서 7년을 일한 뒤 2002년에 간판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생활이 하루하루 길어지면서 2002년이 되어서야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때 이란 친구들이 당시 강변역에 있던 나섬교회를 추천해 줬다. 외국에 일하기 위해 나오는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번씩 기도하는 정통 무슬림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난 교회의 문턱을 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곳에서 세상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란 친구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나서 교제하고 물론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나의 한국생활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때 교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도움을 받았다. 그 따뜻함이 나를 하나님께로 인도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난 그렇게 이끌리듯이 예수님께 다가갈 수 있었다. 이란에서 그저 여러 선지자들 중 한명으로 알고 있던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감격적인 시간이었던지 지면을 통해 다시한번 고백하고 싶다. 물론 교회 장로님과 목사님들이 예수님에 대해 설명할 때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혼란스러웠고 의심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02년의 어느 날, 한 장로님이 이란어 성경을 선물했고 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던 내가 낯선 나라 한국에서, 서울 중곡동의 옥탑방 한쪽 구석에 앉아 펼쳐든 성경에서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날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 나와 함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마음은 뜨거워졌다. 난 털이 많은 사람인데 온몸에 털이 바짝 서는 듯한 경험을 했던 어느 날 눈물이 터지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너는 죄인이다"라는 음성을 듣고난 뒤에 나의 죄들이 보였고 난 울며, 또 웃으며 성령의 임재하심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그해 11월 세례를 받았고 나섬교회에 봉사하러 온 한국인 여성을 만나 2004년 결혼도 했다. 결혼 직전에는 한국 정부에 종교적 난민신청을 해 허락받아 종교적 난민 1호가 되는 일도 있었다. 이듬해 아들을 얻은 나는 2005년 신학의 길에 들어섰다. 1993년 김포공항에 발을 내딛던 그때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나에게 밀려든 것이다. 모든 것이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고백한 그날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는 놀랍도록 좋아졌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보험제도도 생겼고 이제는 월급을 못받는 일도 거의 없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들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보다는 이주자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지난 20년의 한국생활을 통해 격세지감을 느낀다. 처음도, 마지막도 감사할 것 뿐이다. 난 앞으로 무슬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을 앞둔 요즘, 난 터키에서 선교사로서 무슬림들과 만나 예수님의 사랑을 이야기할 꿈으로 하루하루가 기쁘고 또 벅차다. 터키에서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그날, 많은 무슬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그 감격적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주님의 사랑이 온 땅에 가득하길 기도한다.
 
이호잣 목사(나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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