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배의 기쁨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권경숙 선교사
2013년 12월 13일(금) 14:30
하나님이 움직이시도록 준비하라
 
   
▲ 모리타니 교인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있는 권경숙 선교사

예배 드릴 처소를 허락해 달라고 금식 기도하는 아프리카인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금식에는 임마누엘, 딕슨, 마마텍, 모세, 쿨리쿨리, 시타트 등 세례 받은 크리스찬들이 참여했다.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도 드물게 크리스찬이 있는데 그들의 갈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단지 내가 찬송을 가르쳤다고 그들이 나에게 왔겠는가! 그들의 마음에 갈급함이 있는데 내가 생수를 들고 간 셈이었다.
 
금식 기도를 끝내고 남편과 나는 서서히 교회를 개척할 준비를 했다. 우리는 다소 큰 집을 얻었다. 1층에는 살림집을 2층에는 예배실을 마련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방해를 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야 하는 모스크에는 안 가고 모여서 기도를 한다는 소문이 돌자 상인들을 협박하고 다녔다. "코리안에게 나무 팔지 마. 못도 팔지 마." 그러나 상인들은 경찰 앞에서는 "예~예~"하지만 돌아서면 금세 무시했다. 돈을 주는 데 안 팔 리가 없었다. 대신 우리는 경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그만큼 조심했다. 남편은 현지인 목수와 함께 4개월 동안 직접 강대상과 의자, 테이블을 만들었다. 남편은 수입해서 파는 나무 중 가장 비싼 두꺼운 송판을 골라 성물을 만들어 나갔다. 경찰은 약이 바싹 올라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누군가 따라 붙었는데 꼬박 3년을 따라다녔다.
 
어느덧 1995년 4월 28일. 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는 날이 됐다. 이날 예배는 8시간 동안 드렸다. 다섯 명이 강대상 앞에 서서 영어, 프랑스어, 가나어와, 현지어인 뿔라어로 동시통역하다보니 시간이 걸린 것이다. 예배 내내 벅찬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그날 드린 우리의 예배가 모리타니 역사상 첫 예배였다. 이날 이후 교인들은 동트기 전부터 십리 길을 무거운 의자를 들고 걸어오는 수고도, 뙤약볕 아래 의자를 이고 걸어가야 하는 수고도, 배고픔도, 쉬는 시간 없이 여덟 시간이나 드리는 기나긴 예배도, 이들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교회를 개척하자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딕슨은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했지만 영어 성경을 주니 전혀 읽지 못했다. 그는 27살의 청년으로 결혼은 않했지만 여느 모리타니 사람처럼 아이는 있었다. 교회를 개척한 뒤 새벽기도 때 한시간씩 성경 읽기를 했을 뿐인데, 한달 반 뒤에는 영어성경을 줄줄 읽어 내려갔다. 하나님은 딕슨에게 언어의 은사를 주셨다. 덕분에 딕슨은 불어와 아랍어도 금방 배워서 불어로 된 성경책도 막힘없이 읽어냈다. 내가 영어로 설교하면 딕슨이 옆에 서서 통역을 했다. 딕슨 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도 언어의 은사를 받은 사람이 많았다. 학교 근처에 못 가본 사람들도 어느 날부터 거짓말처럼 성경을 줄줄 읽기 시작하는데 나도 놀라고 그들도 놀랐다. 경찰조차 영어나 불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 검문소에서 검문을 받을 때 보면 시청에서 준 공문을 거꾸로 드는 사람이 있고,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알케에다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누아디부에서 수도까지 가려면 17개나 되는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데 절반쯤은 그랬다.
 
가나에서 세례를 받은 프린스는 찬양을 잘해서 성가대를 맡겼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찬양을 할 때 열정적으로 한다. 한국 같으면 새벽 찬양에 대해 '소음공해' 운운하며 항의도 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평화와 안전의 상징이 되어 찬양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이 숙면을 취했다. 언젠가부터 거리를 다니다 보면 '크리스찬 마담'인 내게 말을 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인들은 쪽복음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렇게 간구하는 사람에게 건넸다. 쪽복음이란 작은 종이에다 성경 말씀을 받아 적은 것이다. 그러면 암송하기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무슨 뜻인지 대화하면서 나누기도 했다. 하나님의 복음은 누가 막는다고 해서 막히는 것이 아니며, 사람이 나서서 전한다고 해서 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방법대로 조용히 순종하며 하나님이 역사하실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나의 직분임을 그들을 보며 깨달아갔다.
 
본교단 파송 모리타니 권경숙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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