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결혼이주여성 윌리안다와 로시

[ 교계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12월 13일(금) 09:45
동두천시외국인관광특구에서 어린 필리핀 여성들의 '마미' 자처
"예수님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 이곳서 하나님 알게되길"

   
▲ 잠시 요리를 중단한 로시(왼쪽)와 사장님 윌리안다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주방 위에는 '하나님께서 우리 집을 축복하시길(God Bless our home)'이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윌리안다(Willianda, 44세)와 로시(Rosie, 34세)는 동두천시 외국인 관광특구 입구에 있는 필리핀 음식점 '고투잇(Go to Eat)'에서 일하는 동료이자 결혼이주여성이다. 윌리안다는 2주 전 이 가게를 인수한 어엿한 사장님이고 4일 전 스카우트된 주방장 로시는 빼어난 요리실력으로 이곳의 음식맛을 책임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필리핀 이주여성이라는 동질감 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고향을 떠나온 그리움은 물론, 생업에 쫓겨 교회에 나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찬이고 두 사람 다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필리핀 민다나오 출신으로 벌써 13년차 이주여성인 로시는 3년 전 한국인 남편과 이혼을 했고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13살 딸과는 1년에 겨우 한두번 만나고 있다. "이거 9살 때 사진인데 지금은 많이 컸어요. 우리 딸 공부도 잘해요." 크리스마스에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을 묻자, 스마트폰에 담긴 딸 아이 사진을 보며 연신 환한 웃음을 보였던 로시의 눈가가 "딸래미가 놀러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금세 촉촉해졌다.
 
로시와 달리 윌리안다는 필리핀에서 한 번 결혼에 실패한 이후 한국에서 지금의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귀화를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필리핀 이모에게 맡겨둔 마닐린(22세) 윌마르(19세) 주니어르(18세) 조수아(12세), 3남 1녀의 자녀가 있다.
 
14년 전 여행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던 것이 인연이 돼 이후 원단공장, 섬유회사 등에서 일하며 자녀들의 양육비를 감당했던 윌리안다는 2010년 회사 동료였던 남편과 사랑에 빠져 혼인신고를 했다. 현재 전기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과는 "술 안마시고 열심히 일해 형, 엄마를 도와주는 착한 마음이 좋아서 결혼했다"고. 새로 인수한 가게가 잘 되서 돈 때문에 하지 못한 결혼식도 올리고 언젠가 필리핀의 자녀들과도 같이 사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그래서 차가운 음식점 바닥에 이불을 펴고 수시로 쪽잠을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동두천시 외국인 관광특구'는 사실상 주한 미군들의 유흥가로 동두천 주민들 조차 방문을 꺼려하는 지역이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0일 저녁에도 윤락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필리핀 여성과 미군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식당을 찾아온 여성들은 모두 윌리안다를 "엄마(Mommy)"라고 불렀는데 자세히 보니 하나같이 앳된 모습이었다.
 
"내 첫번째 기도제목은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 와서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이에요. 여기 많아요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 불쌍해요. 예수님 믿으라고 금방 말할 수는 없지만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기도제목을 물었더니 윌리안다가 말했다. 동행한 로뎀선교교회 원선화 목사는 "이 지역은 정말로 기도가 필요한 곳이다. 우리나라를 도우러 온 미군들이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통해 이곳이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기도를 요청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동두천의 거리는 어둡고 스산했지만 로시의 카카오톡에서 발견한 성경구절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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