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메시지'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최갑도 목사
2013년 12월 11일(수) 17:15

크리스마스의 방향은 하늘에서 땅으로, 하나님이 인간이 되고, 거룩한 세계가 속된 세상으로, 죄 없는 이가 죄인들 가운데로, 높은 이가 천한 자의 대속물로 오셨다는 것이다. 물이 높은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처럼 하나님 사랑은 이렇게 흘러왔다. 인간의 사랑은 '치사랑'보다 '내리사랑'이 더 강한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라는 것이 요한복음 기자의 그리스도 이해였다면,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은 '세상'이다. 세상이란 것은 인간이 사는 모든 영역을 의미한다. 우리와 같은 보잘 것 없는 인간들, 그 어중이 떠중이가 서로 엉키어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때리고 싸매주고, 속이고 속고, 빼앗고 빼앗기고 하면서 사는 곳이 '세상'이다.
 
하나님이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한 것은 유대교인이나 성전이나 회당이나 율법학자나 성인군자가 아니라, 이 세상 속에 사는 인간들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자를 찾으러 오셨다고 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되찾아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시키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그 일을 위한 하늘에서 땅으로의 방향 전환이었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그 일을 성취하셨다. 우리는 말구유에서 이미 골고다 언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고 죄인을 부르러 왔다"라고 하신 말씀을 실현하신 것이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쓸데없고 병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다"라고 하신 말씀이 곧 크리스마스 메시지였다.
 
예수님은 결국 몸으로 직접 세상 속에 들어가 세속 사람들과 접촉하셨다. 적은 무리인 제자들을 데리고 길거리, 언덕, 호숫가, 들판 등 어디서든지 모여드는 군중들을 앞에 놓고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셨다. 그리고 그들의 병을 고쳐주고 정신적인 혼란을 바로잡아 주셨으며, 악의 세력을 물리쳐 주셨다.
 
지금 교회가 예수님의 '몸'으로 자부할 만큼 예수의 정신과 생활을 표현하고 있는지, 지금 예수님이 여기 탄생하신다면 우리 교회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아주 안심하고 만족해 하실런지, 오히려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 회당처럼 예수를 몰아내고 자기들끼리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것이 현재 교회들의 모습은 아닌지 두렵다.
 
나는 교회를 존중한다. 또 교회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속해야 할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개혁되어야 하고, 계속 개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표준으로 개혁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예수님의 심정과 생활과 그 모습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를 비판하고 미련없이 고쳐나가야 한다. 혹시나 우리가 모두 가난한 장사꾼이 자기의 구멍가게를 지키듯이 자기 교회만 생각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방에서 예수님 없는 교회당만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은 우리가 크리스마스 즈음에 스스로를 반성할 아주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된다.
 
잃어버려진 인간을 찾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믿는다면, 우리도 그런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전도하는 것이 그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전도해야 할 것이다. 사랑으로 말없이 섬기는 것이 그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려운 이웃들의 삶속에 자기를 일치시키는 섬김과 나눔의 봉사활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크리스마스는 우리 각자의 삶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최갑도 목사 / 성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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