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밤 밝히는 희망이란 별빛

[ 논단 ] 주간논단

김경인 목사
2013년 12월 11일(수) 16:22

아기 예수의 나심을 다시 한 번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이다. 인간의 모습을 입으시되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이 기간이 우리 모두에게 복된 시간이기를 기도한다. 가장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을 기억할 때 마다 이 세상의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에 일생을 헌신하는 분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린시절 성탄절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번 쯤은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연극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아기 예수님이 외양간에서 태어나시는 것을 보며 참 추우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이 과연 한국의 12월처럼 추웠을까'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 것은 신학교에 들어온 이후였던 것같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아기 예수께서는 화려한 배경이나 물질적인 안락함 속에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삭의 몸으로 여행해야 했던 마리아의 절박함, 머물 여관을 찾지 못했던 요셉의 초조함이 아기 예수의 나심을 기다리는 이 계절에 우리 안에도 있는지 묻고 싶다. 수백 억원을 들여 지은 화려한 성전 안에서 반짝이는 등과 예쁜 장식 아래 앉아 찬양하며 기도하고 말씀을 듣는 우리들이 어떻게 외양간에서 나신 예수님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가진 것 중 극히 일부를 나눔으로 예수님의 사랑 실천에 동참한 것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인간을 입으시고 인간의 역사 속으로 존재 이전하신 하나님의 전적인 헌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녀이면서도 성령으로 잉태한다는 천사의 말을 믿고 따랐던 마리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잉태한 마리아를 받아들인 요셉의 순수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신 이 사건은 모든 것을 던지는 헌신으로, 철석같은 믿음으로, 바보같은 순수함으로 이뤄진 일인데 오늘날 우리도 그분의 나심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가지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가?
 
지난 주 세계는 또 한 명의 위대한 지도자를 떠나 보냈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 인종차별의 종식을 위해 투쟁했던 탁월한 운동가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웠던 그가 지난 5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전세계가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또 새롭게 그의 일생을 조명하며 생전의 업적들을 거듭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의 일생 중 특별히 필자의 시선을 끈 부분은 27년간의 수감 생활이다. 넬슨 만델라는 무장 투쟁으로 체포돼 인종차별 정권에 의해 27년 동안 투옥됐다.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는 그 기간 동안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나름 대로의 투쟁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고통의 시간을 찬란한 미래를 위한 준비의 기간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희망이란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희망이 없었다면 누구도 2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자신의 사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도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희망에 찬 계획이 없었다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들어오시지 않았을 것이다.
 
다가오는 성탄의 의미를 27년 간 넬슨 만델라를 지탱해 주었던 '희망'에서 찾아보고싶다. 가장 가난하고 연약하고 고통당하던 때 더욱 찬란했던 희망을 올해 성탄절 한국교회가 품기를 기대한다.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희망을 함께 나누기 위해선 우리들이, 우리 교회가 더욱 낮아지고 가난해지고 고통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경인 목사/CWM 부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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