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두 얼굴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최승일 목사
2013년 12월 11일(수) 10:55

나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신앙 깊은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그에게 나의 고민 중의 하나인 목사의 양면성을 이야기했다. 그 양면성이 위선처럼 느껴져, 내게 깊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나의 말을 들은 그 친구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당연한거야.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다 위선적일 수밖에 없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려서부터 목사가 되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몰래 교회에 들어가 강단에 서서 목사 흉내를 내며 설교를 했다. 그는 노래에도 천부적인 자질이 있어서 교회의 합창단에서 솔로로도 활동하였으며, 오페라를 보고는 거의 그대로 노래와 연기를 해서 배우로도 뛰어난 자질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철학, 역사, 정치 등 각 방면의 책을 즐겨 읽었으며 재능 또한 대단했다.
 
그가 군대에 있을 때 참호 속으로 전쟁 통에 버려진 병든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들어 왔는데 그는 그 강아지를 돌보아주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가 죽자 그는 슬픔에 잠겨 며칠 동안을 밥도 먹지 않았다. 그는 사람에게는 물론 짐승에게도 해를 가할 수 있는 성격이 추호도 없는 사람 같았다. 특히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병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부활절이 되면 월급을 몽땅 털어서 달걀을 사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그의 부활절 연중행사였다. 그는 늘 노동자 편이 되어서 인권과 평등을 외쳤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이쯤 되면 이제 이 사람이 누구일까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 이름이 그토록 악명 높은 아돌프 히틀러이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아마도 이 지구상에서 태어난 인간 중에 가장 잔인하고 악마적인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삶 가운데 이런 의로운 생활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말했다. '인간'에 대해서 잘 연구하고 나서 보면 앞의 예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양면성이 있고 더구나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는 두 얼굴이 있듯이 목사에게도 두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다. 목사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랍비가 있었는데 그가 제자에게 물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길에서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아이들도 많고 가난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그 돈을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로 알고 잘 쓰겠습니다." 그에 대해서 랍비가 말했다. "그대는 도둑이다." 랍비는 똑같은 질문을 다음 제자에게 물었다. 그 제자가 말했다. "저는 그 돈을 즉시 돌려주겠습니다." 랍비가 말했다. "그대는 바보다."
 
다시 랍비는 세 번째 제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세 번째 제자가 말했다. "저는 그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 돈을 잘 쓰면 제 인생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얼마나 약한 인간인 것을 경험했기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는 그런 돈을 줍게 되면 크게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직 하나님의 은총을 의지할 뿐입니다"라고. 랍비는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사도바울도 이런 고백을 하였다.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롬 7:23).
 
이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일진대, 우리는 오직 주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나 같이 연약한 사람이 감히 거룩한 주의 종의 직을 맡아 애를 쓰고 있는 이것도, 모두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나는 목사로서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승일 목사 / 상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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