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
예전처럼 단순히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편을 가르고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현 시국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시작으로 종교계 지도자들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일반 신도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를 타박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심지어 종교인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마저 갖게 된다. 결국 정부와 시민, 여당과 야당 사이에 파인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사실, 일부에서는 종교계가 정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종교계는 비상식적인 일로 인해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어 '그건 아니다'라는 말을 시작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다면, 종교지도자들이 사회적인 책무를 감당하는 자세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 총회가 총회장 목회서신을 통해 현 시국의 중심에 서있는 책임있는 당국자들의 사과를 요청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 대책을 요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본다. 또한 총회가 사회 책임을 도외시하고 이웃과 소통하지 못한채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 가고 있음을 통감하며 오는 20일 교회개혁과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2013 시국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한국교회에 분명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잘못을 회개하고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 거듭날 뿐 아니라 의와 화평으로 다스리시는 주님께 현 시국의 상황을 의탁하며 시국기도회에 한 마음으로 모여 간절히 기도하기를 바란다.